연세대학교/정남식 의무부총장
국민건강영양조사(Korean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KNHANES)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30% 정도로, 주변에서 쉽게 고혈압 환자를 접할 수 있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 혈압이 높은데도 잘 모르고 있거나, 고혈압을 진단 받았는데도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인 홍보 덕분에 고혈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1998년 70% 이상이던 고혈압 미인지율과 비치료율이 큰 폭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30%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혈압은 천천히 혈관의 동맥경화를 가속화시키고 혈관에 손상을 줘서 여러 장기에 합병증을 일으키는데, 이를 표적 장기 손상이라고 한다.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만성 콩팥질환, 말초혈관 질환, 망막병증 등이 이에 포함된다. 장기 손상이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고혈압 관리를 통한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고혈압 치료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환자들이 고혈압 약을 매일 평생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 약제에 대한 거부감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혈압의 치료에는 약물 치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 조절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 뿐 아니라 대한고혈압학회의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도 고혈압 치료에 있어서 생활습관 조절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약물치료 시에도 동반되어야 함을 권유하고 있다. 생활습관 조절에는 식이 조절, 금연,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 습관이 포함되며, 많은 임상연구를 통해서 생활습관 조절이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을 낮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1. 식이 조절
소금 섭취가 고혈압의 원인이라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소급섭취와 혈압의 관계를 본 임상연구에서 하루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혈압이 5 mmHg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그리고 장기 추적조사 연구에서도 식단에서 소금을 줄이는 것이 심혈관 질환의 발생을 낮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국, 김치, 젖갈류가 많은 우리나라의 식단에는 소금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고혈압 환자들은 채소, 저지방 유제품, 식물성 단백질, 슈용성 섬유질, 전곡 위주의 식사를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고탄수화물 식이는 체중 증가를 일으키며 체중 증가는 고혈압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들의 식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고혈압 예방 식단(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이 개발되어 그 효과가 입증된 바가 있다. DASH로 수축기 혈압이 7.2 mmHg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는 고혈압 약제를 하나 추가하는 효과와 같다.
2. 운동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고혈압을 예방하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와 사망을 낮춘다. 한 임상연구에서는 고혈압 환자에서 유산소 운동이 수축기 혈압을 6.9 mmHg, 이완기 혈압을 4.9 mmHg 까지 낮추는 효과가 밝혀졌다. 운동 중에는 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에 혈압이 떨어지게 되며 이 효과는 운동을 하고 있지 않은 시간에도 지속된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심혈관계가 이런 변화에 적응하여 혈압이 낮아질 뿐 아니라 체중과 체지방이 감소해 혈압이 더 잘 조절된다. 따라서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고혈압 환자들은 걷기, 조깅이나 수영 등의 중등도의 유산소 운동을 30분 정도 일주일에 5일 이상 꾸준히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반면 단순 근력 운동의 경우 혈압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들은 아직까지 많지 않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3. 고혈압 환자에게서 생활습관 조절의 문제점과 극복방안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에서 생활습관 조절이 초석이 되어야 하는 것은 명백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고혈압 환자의 치료로 적극적으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DASH 식단의 효과를 본 한 임상연구에서 3개월째 환자들의 DASH 식단에 대한 순응도를 확인해보았더니 단지 21%의 환자만 DASH 식단을 실천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활습관 조절과 고혈압의 관계를 봤던 연구에서 생활습관 조절에 대한 교육을 받은 초반에 잘 유지되던 생활습관이 6개월, 18개월 지나면서 잘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생활습관 조절을 통해 혈압이 잘 조절되어 혈압약을 중단한 사람의 50% 정도가 추적조사 중에 다시 고혈압이 생겨 혈압약을 복용해야 했다. 이는 생활습관 조절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해준다.
국내에서 최근 이루어졌던 생활습관 조절의 고혈압 치료 효과를 분석한 연구에서 식이조절만 교육받은 사람과 식이조절 및 운동요법까지 교육받은 사람들을 비교해보았더니 식이조절과 운동요법을 동시에 교육받은 사람들의 혈압이 더 잘 조절되었을 뿐 아니라 소금 섭취량도 더 적어 식이조절을 더 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볼 때 고혈압 치료를 위한 생활습관 조절을 보다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생활습관 조절 방법에 대한 포괄적 교육과 이를 효과적으로 환자에게 전달하고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식의 인지 행동 교육이 필요하다.
[저자 소개]
MiniProfile 정남식 교수는,
현재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과 심장내과 교수직을 맡고 있다. 국민고혈압사업단 단장으로 활동을 하면서 대국민 고혈압 예방 캠페인 활동에 앞장서 왔다.
[사업단 소개]
국민고혈압사업단(www.hypertension.or.kr)은 고혈압 조기발견과 국민 계몽을 위해 2001년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기관이다. 설립 이래 자기혈압알기 운동, 소금 섭취감량 운동 등 고혈압 예방과 치료를 위한 다양한 홍보 및 관리 사업을 펼쳐오고 있으니 고혈압 관리에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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