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1위다. 대장암을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법과 요법은 무엇일까.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각국의 암 발생 임상통계자료 140만 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184개국 중 한국이 대장암 발병률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10만 명당 대장암 발병자 수는 45명으로 아시아 평균인 13.7명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대장암 예방은 건강 식단과 체중 유지부터
대장은 위, 소장 등과 더불어 우리가 섭취한 음식이 지나가는 통로이며, 수분과 일부 비타민 등을 우리 몸 안으로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대장의 건강상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채소나 과일은 많이 섭취하고 육류는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이 정설이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유전자가 고루 먹되 채식 위주의 식단에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적색육(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붉고 어두운 색 고기)의 경우 섭취량을 증가할수록 대장암 발생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닭고기나 생선 같은 백색육과 달리 적색육이 대장암 발생을 늘리는지에 대한 정확한 증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칼로리가 높고 직화나 훈제 등의 요리방식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데, 비만도가 증가할수록 대장암에 걸리기 쉽다. 비만은 경도·중도·고도 비만으로 나뉘며, 이러한 비만의 정도와 대장암의 관련성에 대해 조사한 30건 이상의 연구 모두 비만일수록 대장암 위험도는 증가한다고 결론지었다. 비만과 관련된 대장암의 경우, 내장지방이 암세포에 마치 무기고 같은 역할을 한다. 대장에 염증을 일으키고,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것을 촉진시키며, 암세포의 생장에 많은 재료를 제공한다.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 염증성 대장질환, 선종성 대장 용종,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등이 있을 경우 어렸을 때부터 가공육이나 유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베이컨, 소시지, 핫도그, 햄 등 가공육에 들어 있는 아질산염이 발암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식단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장내세균총(장에 거주하는 세균 집단)이 안정되어야 장내 면역세포가 제 기능을 함으로써 정상적인 면역기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채소가 있는 식단 뒤에서 여자가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모든 지방이 대장암에 나쁘지는 않다
비만은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체내 지방이 나쁜 것은 아니다. 내장지방은 운동을 동반한 다이어트로 빼야 한다. 운동 없이 마구잡이로 살을 뺀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유형의 지방은 혈액 속의 지방질 농도를 높이지 않으면서 아디포넥틴 등 암 억제에 도움이 되는 호르몬도 분비한다. 또한 우리가 스트레스를 극복할 때 필요한 호르몬의 생성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내장 지방이 쌓이는 것은 위험하다.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하라
대장암 환자들은 몸이 많이 축난 상태라 운동을 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운동을 하는 것은 환자들의 생명에 직결되어 있다. 운동이 대장암 환자의 보완요법으로 권장되는 이유 중 하나는, 모두에게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암의 형태나 유전적 특성에 기반한 맞춤요법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운동은 이러한 병리학적·유전적 경계에 무관하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
채소.과일을 하루 4~5접시 섭취하라
지금까지 발표된 많은 연구에서 과일과 야채를 하루 4~5접시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특정식품 유래 성분으로 대장암 환자에게 임상실험을 수행한 사례는 대표적으로 카테킨과 레스베라트롤 등이 있다.
카테킨은 녹차의 주성분인데, 대표적인 것으로 에피갈로카테킨갈레이트(EGCG)가 있다. EGCG는 항염증, 항암, 항비만, 항산화 등 효능이 다양해 자연유래 성분 중에서 각종 원발암 치료의 보완요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물질이다. 레스베라트롤은 포도, 와인 등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의 주성분으로서, 인체에 유익한 각종 효능으로 인해 많은 연구자의 관심을 받아 왔다. 영국에서 대장암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레스베라트롤을 8일간 고용량으로 투여한 결과 대장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식단 조절뿐만 아니라 동일 성분을 별도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보충제는 칼슘과 엽산 그리고 커큐민이 있다. 칼슘을 섭취함으로써 선종의 재발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리고 카레의 원료식물인 강황에 들어 있는 커큐민이라는 성분은 항염증 작용과 신생혈관 억제 작용이 있어 항암 효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로마테라피와 가벼운 마사지도 좋다
아로마테라피와 마사지는 미국과 유럽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보완요법이지만 아직 과학적인 근거가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아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공식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그 효용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외에도 치료에 도움이 되는 수많은 보완요법이 연구 중에 있다. 반드시 암 치료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환자 자신이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요법을 찾아내어 주치의와 상의 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5가지 색의 과일과 채소를 매일 충분히 먹는다.
2 하루 30분 이상, 주 5회 이상 운동을 한다.
3 건강 체중을 유지하되 특히 복부 비만에 유의한다.
4 규칙적인 배변습관을 포함한 건전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한다.
5 가족력이 있는 경우, 철저한 식습관, 생활습관을 어릴 때부터 실천한다.
6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다.
- 신현종 소장
제네신의학연구소 소장.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제약회사 한국 대표를 역임했다. 의과대학원에서 예방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분자종양학 연구 개발 자문 역과 함께 약물유전체학을 응용한 통합기능의학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