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9.jpg 조선 전기의 분청사기 매병(梅甁). 높이 28.0㎝, 입지름 5.8㎝. 영남대학교 박물관 소장.

 

6·25 당시 소장자였던 장택상(張澤相)의 별저(別邸) 월파정(月波亭)이 소실될 때 그 잿더미 속에서 기적적으로 원형이 살아남게 되었으나, 불 속에서 유태(釉胎)는 다시 구워진 바 되어 당초에 비해 적지 않은 변이를 나타내고 있다. 대담하고 활달한 면상감(面象嵌) 무늬의 회화적인 표현에 운치가 있는 작품이다.

 

병의 형태는 S자형으로 굽이친 대담한 곡선의 변화를 보여 주고 있는데, 높이 솟아 밖으로 벌어진 주둥이는 나팔형을 이루고 양감이 강조된 몸체는 구형(球形)이며, 잘록한 허리는 다시 급한 반전을 하여 굽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이 곡선의 변화가 심한 형태는 제작연대의 상한이 1369년인 청자상감유련문보원고명병(靑磁象嵌柳蓮文寶源庫銘甁)과 하한이 1403년인 청자상감유련문덕천명병(靑磁象嵌柳蓮文德泉銘甁) 그리고 분청상감만자문의성고명병(粉靑象嵌卍字文義成庫銘甁) 등 14세기 후반경의 병에서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 특징으로, 그 뒤 조선시대로 이어져 분청사기의 병 형태를 이룬다.

 

무늬는 어깨와 몸체에만 장식하고 그 아래는 소문(素文)으로 남겨두었는데, 병목을 중심으로 어깨에 연판문을 장식하고 그 아래 몇 줄의 횡대선(橫帶線)을 둘렀으며, 둥글게 부푼 몸체에는 모란당초문(牡丹唐草文)을 장식하였다. 이들 무늬는 백토면상감법(白土面象嵌法)을 기조로 하여 부분적으로 흑상감(黑象嵌)을 효과 있게 사용하여 무늬의 변화와 생기를 주고 있다.

 

면상감은 분청사기에서 특징을 보인 무늬 의장으로서 15세기 전반에 활발히 제작되어 대체로 15세기 중엽까지 계속되는데, 이 병에서는 모란당초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모란당초문의 면상감파편은 충청남도 공주시 의당면 중흥리와 가산리, 전라북도 부안군 보안면 우동리, 광주광역시 북구 금곡동 등의 요지에서 수집된다.

 

청자상감(靑磁象嵌)이 분청사기(粉靑沙器)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룩된 새로운 장식기법의 하나이다. 곧 너래 상감법의 효과를 매우 성공적으로 이룩한 작품이다.

몸체에는 호방(豪放)한 솜씨로 넝쿨꽃무늬를 백상감(白象嵌)하고 꽃잎사이와 넝쿨의 요소에 선명한 흑상감(黑象嵌)의 악센트를 넣어서 흰 너래상감의 특이한 효과를 더해주고 있다. 어깨 부위에는 굵고 힘있는 암록색(暗綠色)과 백색(白色)의 상감 띠를 두르고, 구연부(口緣部)에는 대범한 연판문(蓮瓣文)을 흑상감으로 둘러서 장식 도문(圖文)에 변화를 주고 있다. 유조(釉調)는 전면에 조밀한 빙렬(氷裂)이 있는 담록색 투명광택유이며 암회색 태토(胎土)의 질감과 상감이 맑게 투시되고 있다. 병의 형태는 몸체가 둥글고 허리가 가늘며, 굽다리가 넓게 전개된 조선(朝鮮)시대 초기 특유의 곡선을 이루고 있다. 곧 고려시대의 전아한 매병(梅甁) 양식으로부터 변이해 가는 그 시대감각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