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51.jpg 고려시대의 백자 향로. 높이 8.5㎝, 지름 8.1㎝. 간송미술관 소장.

 

송대(宋代) 중국 경덕진요산(景德鎭窯産)의 청백자(靑白磁)이다. 윤택있고 맑은 청백유(靑白釉)가 전신에 두껍게 씌워져 있으며, 빙렬(氷裂)도 거의 없어서 경덕진요(景德鎭窯) 중에서도 뛰어난 유조(釉調)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형태는 중국 한대(漢代)의 박산향로(博山香爐)를 단순화시킨 것으로서, 화사(火舍)에는 밖으로 휜 토끼 꼬리 모양의 3족(足)이 붙어 있고, 뚜껑은 둥근 반구형(半球形)의 중첩된 산악형(山岳形)을 이루고 있으며, 그 꼭대기에는 부정형(不整形)의 다각광망형(多角光芒形)을 이룬 큰 기공(氣孔)이 있고 이를 중심한 둘레의 일곱 군데에 쌍엽형(雙葉形) 풍혈(風穴)이 있어서 순조롭게 향연(香煙)을 발산하도록 되어 있다.

고려(高麗)시대 고분(古墳)에서 고려청자들과 같이 나온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에서는 아직도 고려산(高麗産) 백자(白磁)로 추정하고자 하는 의견이 있으나 이를 확증할 자료가 희박하다.

 

개성 부근의 고려시대 고분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한다. 몸체는 전체적으로 구형(球形)을 이루었는데, 개부(蓋部)와 화사(火舍)로 분리, 구성되어 있으며 경쾌하게 외반(外反)된 다리 3개가 부착되어 화사를 받치고 있다.

중첩된 산악(山嶽)의 형상을 이룬 반구형(半球形) 뚜껑의 정상에는 다각형의 큰 기공(氣孔)이 있으며 그 밑에 다시 돌아가면서 7개의 쌍엽형(雙葉形) 풍혈(風穴)을 배치하여 이를 통하여 연기가 발산되도록 하였다. 유약(釉藥)은 청백색을 띠는 백자유가 두껍게 시유(施釉)되었고, 빙렬(氷裂)이 거의 없으며 투명하고 광택이 있는 깨끗한 유조(釉調)를 지니고 있다.

이 향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찰하여 볼 때 12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적과 요지(窯地)를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다. 형태는 중국 한대(漢代)의 박산향로를 단순화·양식화시킨 것으로서 서진(西晉) 때의 월주요청자(越州窯靑磁)에도 이와 비슷한 형태를 갖춘 예가 보이고 있는데, 월주요청자향로의 경우 뚜껑의 꼭대기에 새를 조각하여 장식하였다.

또, 이 향로와 같이 구형을 이룬 몸체에 뚜껑의 윗면을 투각(透刻)하는 양식은 송대의 청백자향로 중에 더러 보이고 있다. 고려시대의 경우 12세기 중엽경에는 전라북도 부안에서 고려적으로 세련된 양질의 백자가 많이 생산되었으며, 양은 적지만 전라남도 강진의 요(窯)에서도 양질의 백자가 제작되었다. 이러한 점들로 보아 이 향로는 12세기 고려백자와 남송 초엽경의 청백자의 성격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작품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