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56.jpg 고려시대의 청자 매병. 높이 41.5㎝, 입지름 7.5㎝, 밑지름 15.8㎝. 간송미술관 소장.

 

중국에서 전래된 매병은 고려에 와서 세련을 보이며 매우 활발하게 제작된다.

 

고려(高麗)시대의 세련된 청자매병(靑磁梅甁)이 지니는 단아한 곡선과 병 입의 기품있는 맵시에 비하면 약간 무딘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청자상감매병 중에서는 드물게 보는 큰 작품으로서 마치 백퇴화문(白堆花文)처럼 보이는 포도잎의 두드러진 백상감법과 아울러 주의를 끌 만하다. 전체적으로 단정한 세련미보다는 온후한 느낌을 주며, 이것은 유약(釉藥)의 투명도가 얕을 뿐만 아니라 불충분한 용해(溶解) 때문에 세부가 정제되지 못한 데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매병은 전성기의 청자매병에 비하여 다리가 길어지고 광구형(廣口形) 구연부의 형태에 무딘 감이 있으나, 남아 있는 완형의 청자상감 매병 중에서는 드물게 보이는 큰 것이다.

문양은 병입 주위에 비교적 큰 여의두문대(如意頭文帶)를 상감하고, 몸체 아랫부분에는 뇌문대(雷文帶)와 중연판문대(重蓮瓣文帶)를 둘렀으며, 이들 종속문양을 제외한 넓은 몸체의 전면에 덩굴진 포도잎과 열매를 가득 장식하였다.

이들 문양은 모두 백상감인데, 포도 열매만은 동그란 무늬 도장을 찍고 백상감과 그 안에 검은 점을 하나씩 상감하여 포도알을 표현하였다. 포도덩굴 잎새의 백토상감 부분은 두껍게 두드러져 마치 백퇴화문(白堆花文)처럼 보이는 특이한 상감 효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몸체 아랫부분이 길어지고 어깨의 여의두문이 다소 커지며 그 주연이 겹선으로 표현되어 있는 점 등은 대체로 12세기 후반∼13세기 전반의 청자상감 매병에서 보이는 양식적인 특징이 아닌가 한다.

정선되지 않은 태토의 질이나 깨끗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굽다리 등은 이 매병이 고려청자의 전성기에서 다소 벗어난 시기에 제작되었으리라는 추정을 뒷받침해 준다.

엷은 녹색이 감도는 회청색의 유가 약간 두껍게 입혀졌는데, 그물모양의 빙렬(氷裂)이 있고 유약이 충분히 용해되지 않아 투명도가 적으며 흘러내리거나 두껍게 몰린 부분이 있는 등 유약의 분포가 고르지 않다.

굽 밑바닥에는 6개의 비짐돌 받침을 괴어 번조하였다. 이러한 유태와 문양을 지닌 파편은 전라북도 부안군 보안면 유천리요지에서 수집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