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87.jpg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외리의 옛 절터에서 출토된 백제시대의 벽돌. 8매(枚).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937년 3월 여러 가지 다양한 문양을 얕은 부조(浮彫)형식으로 떠서 구워 만든 것으로 백제시대의 벽돌 파편(破片)을 합하여 모두 150점 출토되었으며, 그 중 42매가 완전한 형태로 발견되었다.

이 8매의 문양전은 정방형에 가까운 1변 29㎝ 내외, 두께 4㎝의 벽돌로서 네 모서리에는 각각 홈이 패어져 각 전들을 연결하여 깔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전들의 표면에는 각각 연화문(蓮花文)·와운문(渦雲文)·봉황문(鳳凰文)·반룡문(蟠龍文)·귀형문(鬼形文)·산경문(山景文)·귀형산경문·봉황산경문 등 8종의 무늬가 부조되었다.

이들 문양전의 성격이나 제작기법 등은 대체로 중국 남조(南朝)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즉, 이와 비슷한 문양전은 중국 남조시대의 유물 중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며, 또한 동진(東晉) 영화4년(永和四年, 348)의 명문(銘文)이 있는 난징(南京)출토 전과 신녕전와창제1호묘(新寧塼瓦廠第一號墓)의 와전(瓦塼)과 매우 깊은 관련을 보여 준다.

또, 일본의 경우 나라(奈良) 난호케사(南法華寺)에 소장되어 있는 벽전(壁塼)과 오카사(岡寺)출토 봉황문전(白鳳時代, 1변 39㎝, 두께 8.8㎝)이 있는데, 이러한 문양전은 백제문화의 영향을 말해주고 있다. 이 8종의 문양전에 나타나는 표현형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산수문전(山水文塼) 보물  제343-1호

산수문은 고대 무늬중 하나로 신선사상을 바탕으로, 하단에는 물이 있고, 중단에는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이 이어지고, 상단에는 상서로운 구름이 떠 있다. 산봉우리마다 소나무 숲이 있으며, 가운데 높은 봉우리에는 둥근선의 윤곽이 뚜렷하며, 그 사이에 속눈썹처럼 생긴 빗금을 넣어 부피감을 나타냈다. 산수문전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좌우가 대칭을 이루고 있는 균형잡힌 구도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앞에는 강물이 물결을 이루고 뾰죽뾰죽한 바위가 높고 낮게 솟았으며, 그 뒤로 삼산형(三山形)의 크고 작은, 또 높고 낮은 연봉(連峯)이 겹겹이 전개되고 둥그런 산정(山頂)에는 송림(松林)이 무성하다.

산 아래 중턱에는 기와집 한 채가 있고 그 밑의 오른쪽에는 그 집을 향하여 계곡을 오르는 승려 한 명이 보인다. 산중에 사찰이 있는 이 산경문은 백제 고지(故地)의 산세를 묘사한 듯 매우 부드럽고 유연한 산경의 표현을 유감없이 나타내고 있다.
이 산수문전은 건축물등의 재료에 장식된 무늬이며, 우리나라 산수화 발달 초기과정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이다.

 

산수봉황문전(山水鳳凰文塼) 보물  제343-2호

산수문전(山水文塼)과 거의 같으나 하반부만 산경(山景)으로 되어 있고 중앙부 위에 봉황으로 생각되는 큰 새 한 마리가 있다. 상반부에는 운기(雲氣) 또는 산기(山氣)라고도 부를 수 있는 몇 가지의 서운문(瑞雲文)이 채워져 있고 우측과 좌측에 각각 건물(建物)이 있다.

정방형의 표면 가득히 연주문대로 이루어진 커다란 원곽(圓廓)을 배치하고, 그 안에 가득 차게 우아한 자태의 봉황 한 마리를 배치한 모양이다. 봉황은 계형(鷄形)이며, 매우 율동적이고 곡선미를 나타낸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이다.

 

산수귀문전(山水鬼文塼) 보물  제343-3호

연화대(蓮花臺) 위에 정면으로 직립(直立)하고 있는 도깨비 형상으로서 전신의 크기에 비해서 머리 부분을 크게 묘사하였다. 날카로운 치아를 드러내고 질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나체로 된 몸체에는 유방과 배꼽이 과장해서 표현되어 있다.

 

연대귀문전(蓮臺鬼文塼) 보물  제343-4호

귀형문전의 도깨비 형상을 그대로 배치하였으나 연화좌 대신에 괴석(怪石) 모양의 해암(海巖)이 삐죽삐죽 솟아 있고, 그 밑에 파도가 물결을 이룬 산경(山景)을 딛고 서 있는 모습이다.
 
반용문전(磻龍文塼)  보물  제343-5호
봉황문전과 같은 구성으로서 표면 가득하게 연주문대의 원곽을 배치하고 그 안에 S자 모양으로 큰 곡선을 이루며 소용돌이치는 용의 모습을 새겼다. 용의 형상은 몸체에 비하여 머리 부분을 훨씬 과장하여 묘사하였으며, 꼬리 부분은 크게 원을 그리고 사지(四肢)를 크게 벌려 도약하는 모습이다.
 
봉황문전(鳳凰文塼)  보물  제343-6호

이 역시 산경문의 일종이나 산봉우리 위의 환상적인 구름과 봉황의 모습이 특징이다. 하단에 산수 풍경을 부조하고 상단에는 삼산형 봉우리가 솟았는데, 중앙의 산봉에는 큰 난봉(鸞鳳)이 우뚝 서서 양 날개를 펼쳐 하늘을 향하였다.

근경(近景)의 산봉 앞에는 구름이 안개처럼 겹겹이 흐르고, 산 중턱에는 산과 산 사이로 집이 두어 채 보이는 것이 산사(山寺)가 분명하다.

 

와운문전(渦雲文塼) 보물  제343-7호

전의 중앙부에는 굵은 융기선으로 둘러진 원상(圓狀) 안에 8판의 작은 연화문이 배치되고 이를 중심으로 8개의 와운문(渦雲文)을 추회상(追廻狀)으로 연속시켰고, 다시 그 주연에는 2줄의 융기선 안에 연주문이 도드라지게 둘러졌다. 역시 네 모퉁이에는 각기 화문이 4등분하여 장식되었다.

 

연화문전(蓮花文塼) 보물  제343-8호

주연(周緣)에 톱니무늬 형식의 작은 꽃술에 둘러싸인 커다란 자방(子房)을 중심으로 10개의 연화판(蓮花瓣)이 둘러졌고, 다시 그 화판 사이사이마다 간엽(間葉)이 있다. 연화문 주연에는 두 줄의 융기선이 둘러진 안에 연주문(連珠文)이 둘러졌다. 화판 속은 인동문(忍冬紋)으로 장식되었으며, 전의 네 모퉁이에도 4엽화문을 4등분한 화문장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