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86.jpg 고려시대의 청자상감병. 높이 35.5㎝, 입지름 7.0㎝, 밑지름 15.1㎝.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매병은 고려시대에 가장 많이 제작된 도자기 기형의 하나이다. 매병의 제작은 중국에서 먼저 행하여지다가 11세기 후반경 고려에 전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고려에 전래된 매병은 고려인의 미의식과 조형감각이 부여되면서 기형과 문양이 중국의 매병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양식적 독자성을 확립하게 되는데, 이러한 양식상의 확립은 신라시대 이래 제작된 광구병(廣口甁) 형태의 전통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 이 복사문매병은 이러한 한국화된 고려매병의 전형을 보여 주는 일례로서 광구형 구연부에 부드러운 S자형의 측면선을 이루고 있다.

문양은 오목새김과 상감기법이 병행하는데 상감장식은 구연부의 뇌문대(雷文帶)와 어깨의 복사문, 그리고 배형(杯形) 뚜껑의 운학문과 뇌문대에만 국한시키고 몸체의 모란절지문, 몸체 하부의 여의두형 운두문(雲頭文), 굽 부분의 뇌문대를 오목새김 장식함으로써 전체적인 의장을 이원화하였다.

어깨에 드리운 방형의 복사문은 흑백상감된 국당초문을 두고 그 주연에 다시 도안화된 백상감 당초문대와 흑백상감의 연주문대(連珠文帶)를 장식함으로써 매우 세련된 감각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몸체의 모란절지문은 입식(立飾)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렇게 주문양을 상하 세로로 길게 배치하는 점은 중국의 매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려청자 매병의 양식적 특징이라 하겠다.

비교적 고른 태토에 광택이 있는 청회색계의 유약이 입혀졌으며 전면에 그물모양의 잔 빙렬이 있다. 이러한 유태나 상감기법을 보여 주는 파편들은 전라북도 부안군 보안면 유천리 청자요지에서 출토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이 매병과 함께 반출되었다고 전해지는 승반(承盤)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