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9.jpg 전라남도 나주시 봉황면 철천리에 있는 고려시대의 불상. 높이 5.38m.

광배(光背)와 불신(佛身)·대좌(臺座)가 한 개의 돌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는 소발(素髮)에 육계(肉髻)가 둥글고 납작하며, 얼굴은 사각형으로 약간 비만해 보이는 인상이다.

반쯤 뜬 길쭉한 눈과 큼직하고 납작한 코, 그리고 크지만 약간 미소를 띠고 있는 입 등은 생동감이 사라진 모습이다. 목은 짧고 굵은데 삼도(三道)가 뚜렷하게 표현되었다. 체구는 얼굴에 비하여 다소 짧은 편으로 당당한 느낌을 준다. 둥근 어깨에는 통견(通肩)의 법의를 걸쳤는데, 가슴이 거의 노출되지 않고 몸 전체에 걸쳐 옷주름이 묘사되었다.

즉, 가슴에서 발목까지 U자형의 옷주름이 도드라지게 표현되었고, 두 팔에 걸쳐진 옷자락은 길게 수직선을 이루며 발 아래까지 늘어져 있다. 두 팔은 두꺼운 옷자락에 의하여 양손만이 드러났는데, 오른손은 손바닥을 밖으로 하여 밑으로 내리고, 왼손은 위로 향하고 있어 일반적인 시무외인(施無畏印)·여원인(與願印)과는 반대로 표현되었다.

광배는 주형거신광(舟形擧身光)으로, 두 줄의 선으로 두광(頭光)과 신광(身光)을 구분하고, 두광 안에는 연화문과 화문(花文)을, 신광에는 운문(雲文)을 조각하였다.

그리고 광배의 가장자리에는 화염문을 새겼으나 그리 유려한 편은 아니다. 대좌는 사각대좌로서 아무런 장식도 없다. 비만한 얼굴에, 당당하면서도 괴체화(塊體化)된 신체의 표현, 대칭적이며 규칙적인 옷주름의 표현 등은 고려 초부터 유행하던 거불(巨佛)의 양식을 따르고 있어, 조성연대는 고려 초기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