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87.jpg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안창리에 있는 고려시대의 석탑. 높이 3.69m.

 

흥법사터라고 전하는 밭 가운데에 서 있는 고려시대의 탑이다. 흥법사는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이어지던 거대한 사찰로, 원래 탑 외에도 전흥법사염거화상탑(국보 제104호)·흥법사진공대사탑부석관(보물 제365호) 등이 있었는데, 일제에 의해 강제로 반출되었다가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 석탑은 2층기단 위에 3층탑신을 쌓은 전형적인 일반형 석탑이다.

이곳 흥법사 옛터는 일찍이 고려 초기의 진공대사탑(眞空大師塔, 보물 제365호,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소재)과 진공대사탑비의 귀부(보물 제463호)가 있고, 그밖에도 높이 약 3m, 길이 약 60m의 석축을 비롯하여 문지(門址)와 초석들이 산재하여 주목되고 있는 곳이다. 석탑은 밭 가운데에 서 있는데 경작으로 인하여 지대석이 일부 드러나 있다.

 

지대석 위에는 하대석과 그 위의 면석을 한 돌로 만들어 4석(石)으로 구성한 하층기단이 있다. 이 기단의 각 면에는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나 탱주(撑柱 : 받침기둥)의 모각(模刻)이 없이 각 면 3구씩의 안상(眼象)이 있고 안상 내에는 지선(地線)에서 꽃모양의 무늬가 솟아 있어 고려시대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2매로 된 갑석(甲石)은 폭이 좁은 편이고 상면에는 심한 경사가 있음이 특이하다. 중앙에는 상층기단을 받치기 위한 얇은 1단의 굄이 있어 약화(略化)의 과정을 밟고 있다. 상층기단 면석은 여러 장의 판석으로 불규칙하게 구성하였는바 규모는 특히 장대하여졌고 폭이 좁은 우주와 탱주가 있다.

 

2매로 덮은 갑석은 평박한 편으로 하면에는 부연이 없고 상면에는 경사가 있으며, 중앙에 각형 3단의 받침이 있음도 특이하다. 탑신부는 기단에 비하여 급격히 작아져서 좋은 비례라고 할 수 없다. 너비는 반으로, 높이는 약 3분의 2로 줄어들었으며, 초층옥신에 비하여 2층 이상의 옥신높이 또한 3분의 2로 줄어들었다.

 

각 층 옥신에는 가느다란 우주형이 모각되었을 뿐 다른 조각은 없다. 옥개석은 추녀부분의 손상이 많은 편이다. 하면의 받침은 각 층 4단이고, 얕은 받침에 비하여 낙수면이 두꺼워서 경사가 심하고 추녀 밑은 전각(轉角)에 이르러 약간의 반전(反轉)을 보이고 있으니, 모두 고려시대의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옥개석의 정상에는 옥신석을 받치기 위한 1단의 각형(角形) 굄이 있다.

 

상륜부에는 손상이 많은 노반 1석이 있을 뿐인데, 규모도 작을 뿐 아니라 기단부와 탑신부의 비례의 불균형이 특히 눈에 띄고 석재 구성이나 표면조각에서도 기백을 잃고 약체화되어 있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건립시기는 고려시대 초기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