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jpg 충청남도 천안시 풍세면 삼태리에 있는 고려시대의 불상. 높이 7.1m.

 

높이 8m, 너비 9m의 큰 암석에 조각된 거대한 이 상은 후기 마애불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퇴화된 작품이다. 그리고 거대하고 괴량감(塊量感)이 충만한 고려 거불 가운데 하나이다. 하체보다 유난히 짧은 상체 부분은 매우 돌출된 고부조(高浮彫)인 데 비하여 밑부분으로 갈수록 선각(線刻)으로 변하고 있으며, 둔탁한 선으로 부조되었다.

 

머리는 소발(素髮)이며, 육계는 크고 둥글게 조각되었고, 얼굴은 넓적한 편이다. 두 눈은 반쯤 뜬 채 약간 위로 치켜 올라갔다. 코는 둔탁하고 큰데 콧날이 우뚝하다. 입은 작고 입술은 얇은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두 뺨이 통통해 보인다. 더욱이 양 귀가 어깨까지 늘어져서, 전체적으로 얼굴이 둔중한 인상을 준다.

 

목이 거의 없어 얼굴과 어깨가 붙은 느낌이다. 그래서 삼도(三道)가 목에 있다기보다는 마치 가슴에 굵게 조각된 듯하다. 약간 넓은 듯한 어깨는 입체감이 없어 보이고, 가슴 역시 평판적으로 밋밋하다. 가슴께에 모아진 두 손은, 손바닥이 모두 위를 향한 손 모양을 하고 있는데, 왼손의 손바닥 위에 오른손의 손등이 보이는 표현 방식이다.

 

신체를 감싸고 있는 통견의(通肩衣)의 옷주름 선 처리는 넓고 깊은 홈을 파고 있다. 그리고 양어깨와 두 팔에 구획을 짓듯 계단식 주름을 늘어뜨려서, 팔과 가슴 사이의 원근감을 표현하지 않았다. 이렇듯 양쪽으로 늘어진 세로줄 무늬의 법의 자락 사이에는 넓은 U자형이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밑으로 늘어진 U자형의 단상 의문(段狀衣文)이 있는데, 무겁고 둔탁한 느낌이다. 군의(裙衣) 자락 또한 선각으로만 간결하게 처리하였다.

 

대체로 이 마애불은 둔중한 조각 수법과 신체의 괴량감·옷주름 등으로 미루어 마애불의 변천 과정과 옷주름 선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고려시대의 중요한 거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