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비
언젠가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인체를 연구해
의학박사가 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과거까지 치면 수십, 수백 만 명은 되지 않을까?
그럼 어지간히 연구를 해서
모르는 것이 없을 텐데 아직도 연구할 게 남아 있나?'
어느 의학박사에게 이 궁금증을 털어놨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많은 것을 압니다.
해부학은 인체를 샅샅이 뒤지다시피
다 살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체는 너무나 신비스러워서
무한한 연구 대상입니다."
우리는 풀잎 하나, 꽃잎 하나에 있는
생명의 신비를 봅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경 말씀도 있지만,
어떻게 한 알의 밀알 속에 몇십 배의 열매를 내는
생명의 힘이 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어떤 사람은
"당신이 神이 없다고 말하는
그 혓바닥 기능의 오묘함이
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인 구상은 '말씀의 실상'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영혼의 눈에 끼었던 무명(無明)의 백태가
벗겨지면
나를 에워싼 만물 일체가 말씀임을
깨닫습니다.
노상 무심히 보아 오던 손가락이 열 개인 것도
이적에나 접한 듯 놀랍고
창 밖 울타리 한구석 새로 피는 개나리꽃도
부활의 시범을 보듯
사뭇 황홀합니다.
ㅡ 김수환 추기경<사랑의 메시지>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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