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답을 줄 수 있겠습니까?
독일 아헨에서 벨기에 브뤼셀을 갈 때
한 흑인 남성의 승용차를 얻어 탄 적이 있습니다.
그 남성은 본래 가톨릭 신자인데,
10년 전부터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교회가 너무 보수적이고,
현대 감각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낙태와 인공피임 금지 조치를 한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차 안에서 인생의 의미, 사랑, 고통,
죽음 등 삶에 대한 근본적 질문도 했습니다.
브뤼셀이 가까워오고 있었습니다.
작별을 앞두고 그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당신이 던진 질문들, 다시 말해 당신이
늘 지니고 있는 그런 문제들에 대한 답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세계를 지배하는 이데오르기-마르크시즘,
자본주의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그럼 우주여행까지 가능케 하는 과학기술이
답을 준다고 봅니까?"
"절대로 아닙니다"
그럼 당신이 애써 버는 돈이 답을 줍니까?"
"그건 더 더욱 아닙니다"
"그럼 성경은 어떻습니까?
물론 성경은 당신 문제에 직접적으로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그 문제를
밝혀주는 빛은 거기에서 나옵니다."
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승용차에서 내리면서 차편을 제공해 준 데 대해
감사하는 뜻으로 권했습니다.
"성당에 가든지 안 가든지 그것은 당신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만일 빛 속에서 살기 원한다면
매일 10분씩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어보십시오."
그는 그러겠노라고 약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언가 도움이 되는 권유를 받은 듯한
표정으로 고맙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ㅡ 김수환 추기경 사랑의 메시지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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