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35.jpg 조선 후기의 화가 변박(卞璞)이 그린 기록화. 1760년 작.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145㎝, 가로 96㎝

 

이 그림은 선조(宣祖)25년(1592) 4월 13일과 14일 양일간에 걸쳐 부산진(釜山鎭)에서의 왜군(倭軍)과의 처절한 공방전(攻防戰)을 보여준 것이다. 한 폭(幅)의 그림이긴 하나 처절한 양상에 새삼 놀라움을 금하기 어려운 절박한 상황을 잘 표현하였다.

부산진(釜山鎭)의 진성(鎭城)은 지금 수정초등학교(水晶初等學校) 뒤에 위치하여 있었으므로, 당시에는 바로 해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경(寫景)을 곁들인 이 그림은 성곽을 위쪽으로 밀어 올리고 해안선을 대각(對角)으로 끊어 그 아래를 즐비하게 밀어닥친 대형 왜선(倭船)으로 빈틈없이 채워 그 뒤의 바다도 왜선으로 뒤덮여 있음을 암시하였다.

선중(船中)의 왜군(倭軍)과 접안(接岸) 상륙중인 왜군, 공성중(攻城中)인 왜군 등 끝이 없는 듯한 전력(戰力) 앞에 절의금도(節義襟度)로써 침착하게 수성(守成)하는 성내의 소수 아군(我軍)들이 엄청난 대비(對比)를 이룬다. 성하(城下)는 도검난무(刀劍亂舞)하는 많은 왜병으로 뒤덮여 있고 왜병이 아군보다 왜소(倭小)하게 그려진 것은 성내의 소수에 대한 다수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인 기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순절도(殉節圖)는 동협부순절도(東莢府殉節圖)와 함께 근년까지 (동협(東莢) 안락서원(安樂書院))에 봉안(奉安)되었던 것이며, 영조(英祖)36년(1760)에 개모(改摹)된 것이다. 원래 광주시립박물관(光州市立博物館)에 있던 당포전양승첩도(唐浦前洋勝捷圖)와 함께 드문 임란전도(壬亂戰圖)임과 동시에 희유(稀有)의 교전도(交戰圖)이다. 숙종(肅宗)35년(1709)에 그려진 것으로 전하는 원본의 소전여부(所傳與否)는 분명하지 않다.

민족의 수난과 국기(國基)의 수호라는 엄청난 체험을 재현하여 모범을 보여 주는 그림으로서 민족정기의 훈향(薰香)에 접할 수 있는 드문 유작(遺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