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81.jpg 강원도 춘천시 소양로2가에 있는 고려시대의 석탑. 높이 5.5m.

 

춘천 시가지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탑이다. 조선 인조 때 이곳의 현감이었던 유정립이 인조반정으로 파직당하고 낙향하여 이 탑 부근에 집을 세우려고 터를 닦다가 ‘충원사(忠圓寺)’라는 글이 새겨진 그릇을 발견하였는데, 그 후부터 충원사 내에 속하였던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한국전쟁 때 심한 손상을 입어 보존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기단의 일부가 지하에 파묻혀 있었는데, 지난 2000년에 시행된 전면적인 보수공사로 기단부의 제 모습을 찾게 되었다. 이 석탑은 아랫부분을 발굴 조사한 결과 2층기단 위에 7층의 탑신이 놓여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탑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 윗층 기단도 탑몸돌에 비하여 제법 넓어 안정감이 있으며, 맨윗돌에는 연꽃무늬를 새긴 널판돌을 놓아 1층 탑몸돌을 괴고 있다. 7층에 이르는 탑신(塔身)은 위로 올라가면서 그 크기가 적당히 줄고 있는데,

 

기단이 넓은 것에 비해 몸돌이 작아 주목되지만 7층이나 되는 높이가 비례의 불균형을 보충하여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 느린 경사가 흐르는 지붕돌은 밑면의 받침이 1∼3층까지가 6단이고 4층 이상은 5단을 이루고 있으며, 네 귀퉁이가 살짝 들려있어 경쾌하다.

석탑의 전 부재를 화강암으로 조성하였으며 현재 소양로 한복판에 서 있는데 원위치에 원형을 갖추고 있으나 소속하였던 사원은 알 수 없다.

주변에 민가가 들어서고 하부가 파묻혀 있어서 기단부의 구조가 명확하지 않고 더욱이 6·25동란으로 외형에 손상이 심하다. 현재의 상태로는 지상에 1층의 기단만이 나타나 있어서 이 기단부가 단층인지 혹은 2층인지를 확실히 알 수 없다.

 

기단면석은 4매의 판석으로 구성되었으며 그 위의 갑석은 1매의 판석을 덮었으나 마멸과 파손이 심하여 세부의 수법을 알 수 없다. 갑석 위에는 탑신부를 직접 놓지 않고 1매의 판석으로 굄대를 만들어 놓아 그 위에 탑신을 받도록 하였는데, 이 굄석은 앙련대(仰蓮臺)로서 연판의 배치는 모퉁이에 이를수록 비스듬히 되는 고려시대 연화문 배열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굄돌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음은 전시대의 갑석 상면에 있던 탑신굄대를 대신한 것으로 보겠는데, 이와 같은 연화석의 삽입 자체가 고려시대 석탑의 특이한 양식의 하나라고 하겠다.

 

탑신부는 일반형의 석탑과 같이 옥신과 옥개석으로 구성되었는데, 초층옥신만은 1석으로 되어 있고 그 이상의 각 부재는 옥개석과 그 위의 옥신을 동일석으로 만들어 주의를 끌고 있다.

 

초층옥신석은 광대한 편으로 각 면에는 양쪽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가 얕게 새겨졌으며 2층 이상의 옥신은 높이가 거의 5분의 1 정도로 낮아졌으나 양쪽 우주는 정연하고 너비의 체감률은 우아한 기품을 보이고 있다.

옥개석은 각 층의 전각 부분에 많은 손상을 입었으나 나머지 부분으로 원형을 짐작할 수 있다. 대체로 상면에는 옥신굄이 있고 평박하며, 하면은 높직하여 둔중한 감은 면하고 있다. 추녀 밑은 모퉁이에 이르러 상향하였고 낙수면의 경사도 원만하며 전각의 반전도 경쾌한 편이다.

 

하면의 받침부는 추녀에 낙수홈이 오목새김되었고, 받침은 초층부터 3층까지는 6단을 이루었으며 4층 이상은 5단이다. 이렇듯 6단의 받침은 일찍이 다른 석탑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징이라 하겠다. 상륜부는 현재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 석탑은 기단이 광대함에 비하여 탑신부가 작은 점이 주목되지만, 탑신이 높직하게 구성된 것은 이러한 비례의 불균형을 보충하여 오히려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이 탑의 건조연대는 지상에 드러난 기단의 구성법이나 탑신부 굄돌의 삽입형식과 굄돌에 조각된 앙련 등 각 부의 조성수법으로 보아 고려시대 중엽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