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승가의 생명은 청정

문성식 2015. 6. 14. 04:49

 
      승가의 생명은 청정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서기가 몹시 송구스럽고 민망합니다. 최근 불교 종단 일각에서 주지 자리를 놓고 다투는 작태가 벌어졌다니 같은 옷을 입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세상에 대해 실로 면목이 없습니다. 무엇을 위해 부모 형제와 살던 집을 등지고 출가했는지 거듭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출가는 단순히 살던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온갖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남을 뜻합니다. 시시로 참선하고, 기도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지니고 있다면 결코 세속적인 유혹의 욕망에 물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안팎으로 자신을 갈고 닦지 않으면, 즉 정진하지 않으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비리에 물들기 쉽습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승가의 생명은 청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지극한 마음으로 청정 승가에 귀의하는 겁니다. 청정성을 잃었을 때는 승가가 아닙니다. 참선이나 기도에 몰입하는 수행자의 모습은 실로 거룩하고 아름답습니다. 그에게는 지금 정진하고 있는 그 일밖에 어떤 욕망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 정진을 통해서 자유와 평화의 경지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만약 겉으로는 수행자 차림을 하고 속으로는 돈이나 명예를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지와 욕망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은 불자가 아니라 가사를 입은 도둑입니다. 서산 스님의 『선가귀감』에 “돈과 명예를 추구하는 수행승은 초야에 묻혀 사는 시골 선비만도 못하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찌하여 도둑들이 내 옷을 꾸며 입고 부처를 팔아 온갖 악업을 짓고 있느냐”라고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무릇 수행자들은 형형했던 출가 정신을 늘 되새겨야겠습니다. ㅡ 법정 스님의 [소유와 아름다움] 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