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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무엇을 요구하면 항상 O.K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 그것은 대화의 장벽이다.
이순의 언덕에서 돌이켜보니
가족들에게 좀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과 회한이 나에게 있다.
34년 동안 지지고 볶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나에게도 아내한테 잘해온 일이 한 가지는 있다.
그동안 아내가 무엇을 요구하거나 해달라고 하면 한번도
‘안 돼’하고 ‘No'를 해본적이 없다. 무조건 항상 O.K 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었는지
아니면 NO 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는지 모르겠다.
아내의 어떠한 요구에도 긍정적인 대답을
해준 것에 대해 아내는 감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이실직고할 더욱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정말 별로 해준 것이 없는 것 같다.
아내의 요구에 “그래 좋아 해보자” 하며 O.K 할 때
나는 진정으로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 50%는 해줄 필요가 없어진다.
또 일주일쯤 지나고 보면 나머지 50%는 잊어버린다.
“그래, O.K” 할 때 아내 기분 좋고 2주일쯤 지나면
해줄 필요가 없어지니 나 또한 좋다. 두 사람이다 좋은 것이다.
그걸 모르니 쫀쫀한 사람, 좁쌀 같은 남자가 된다.
내가 “좋아 해보자” 하면 아내는 “아! 나를 받아들이는구나.
그리고 나를 받아들였구나” 하며 흐뭇하다고 한다.
받지 않아도 마음은 이미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란다.
불평이 있을 수 없다. 있던 불만도 사라진다. 그리고 소속감도 느낀다.
노력을 들이지 않고 얻는 소득을 불로소득이라 한다.
아내들 가슴에는 무궁무진한 불로소득원이 있다.
그저 힘 안들이고 말 한마디로 얻을 수 있는
엄청난 보고가 아내들에게 있다.
손대면 톡하고 터질것만 같은 그런 보고다.
남정네들이 그것을 모른다.
그래서 아내들의 가슴이 시리고 아프다.
평생의 동반자이면서 부부대화가 안되는 가정들이 의외로 많다.
“말해봐야 나만 손해지. 뻔한 걸 뭘 말해요.
그 인간한테 내가 뭘 바래요”라며 손사례를 친다.
몇 번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말해보았자 번번히 퇴짜다.
들어줄리도 없고 내 자존심만 구긴 것이다.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 그것은 대화의 또 다른 장벽이다.
남편들이여 아내가 무엇을 요구하면 무조건 O.K 하고 보자.
2주일만 지나면 없었던 일이 되는걸.
건성으로 듣는 남자
건성으로 듣는 것이 대화의 장벽이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건성으로 듣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를 닦을 때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한다.
이를 닦다보면 이닦은 타액이 떨어지거나 흘리기도 한다.
그래서 세면대나 욕조위에서 칫솔질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가끔 나는 참 신기한 일을 경험한다.
어느날 아내와 딸이 같이 마루에서 이를 닦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딸은 신문을 뒤적거리며 이를 닦고 있고
아내는 TV를 보며 걸레질을 하면서 이를 닦고 있다.
참으로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녀가 화장실이 아닌 마루에서 이를 닦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만 닦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동작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주동작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이닦는 일이 우선인지 아니면 신문을 보는 일인지
주된 동작이 무엇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어떻게 여러 가지 동작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을까?
때로는 나는 아내로부터 구박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아침에 실컷 이야기했는데 못들은척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들은 기억이 없다.
그래 다시 물어보면 아침 식사할 때 분명히 이야기 했는데
그렇게 모른척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남자들은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출근해서 만날 사람과
그날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한다.
이런 때는 음식이 짠지, 쓴지도 모르고 밥맛도 모른다.
음식을 그저 입속에 퍼담는 것에 불과하다.
이때 아내가 하는 말이 잘 들릴리가 없다. 그래 건성으로 듣는다.
뒤에 추궁과 구박을 당하는 것을 불문가지다.
신문을 보고 있을 때에도 아내가 말을 하면 잘 알아듣질 못한다.
그것이 불평이고 싸움이 되기도 한다.
어린아이를 기를 때에도 그렇다.
한밤중 곤한 잠결에도 건너방에서 우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아내들은 신기할 정도로 잘 알아 듣는다.
그리고 가서 수습을 한다.
그런데 남편들은 그런 것을 알지도 못하고 아침을 맞는다.
잠에 취하면 그저 잠자는 일 한가지 밖에 모른다.
간밤에 아이가 울었는지, 전쟁을 치루었는지 모른다.
그것도 모르고 무심하게 코골며 잠자는 남편이 때로는 야속한 것이다.
자기만 쿨쿨자는 남편의 얼굴이 얄미울 수밖에 없다.
남자는 모노트랙 칩이 내장된 신체구조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순간순간 하나의 특화된 일에 집중한다.
한 번에 한 동작 한 가지 일을 처리한다.
그러나 여자의 뇌에는 다중트랙 칩이 내장되어 있다.
그래서 관련없는 일들도 동시다발로 처리할 수 있다.
아내들이여, 용서해주라!!
남편이 건성으로 듣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2가지 기능과 동작을 완벽하게 못해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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