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식

[증상 숨기는 가면질환②] 겉으로만 과도하게 명랑하다‥ '가면우울증' 이란?

문성식 2012. 8. 16. 15:40
[증상 숨기는 가면질환②] 겉으로만 과도하게 명랑하다‥ '가면우울증' 이란?

당뇨병 환자 손발저리면 비타민 부족 의심하라

‘가면(假面) 질환’이란 병이 있는데 증상이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이거나 병의 주요 증상이 다른 질병 증상에 가려져 있는 경우 등을 일컫는다.
가면고혈압, 가면우울증, 가면저혈당 등이 대표적인데 증상을 발견하지 못하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커 더욱 위험하다. 가면 질환은 정확한 과정에 따라 진단 받지 않았을 때, 병에 대한 인식이 나쁠때, 병에 대한 거부감이 클 때 생긴다. 대표적인 가면 질환중 "가면우울증" 에 대해 알아본다.

◆ 가면우울증
실제 우울증은 아니지만 ‘우울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가성(가짜)우울증’ 환자인데 넋을 놓고 있거나, 예민하고, 짜증을 잘 내고, 무기력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가짜 우울증이지만 꾀병은 아니다. 치매, 스트레스, 권태감, 고혈압약 등 약물 복용이 원인이거나 다른 질환의 한 증상일 수 있으니 원인을 찾아 치료한다. 반대로 뇌에서는 이미 세로토닌 등 신경물질 분비 장애가 일어나 우울증이 진행되고 있는데, 겉으로는 과도하게 명랑한 경우, 이를 ‘가면우울증’이라 한다.

 

과잉행동장애로 오해할 수 있어
가면우울증은 자존심이 강하고, 남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 스스로 우울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할 때 생기기 쉽다. 상황에 맞지 않는 과잉행동이나 과잉반응, 과잉분노 등을 보여 조증이나 과잉행동 장애로 오해받기도 한다. 을지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는 “전체 우울증 3분의 1 정도가 가면우울증인데, 치료 시기가 늦어 질 수밖에 없어 절망감 등이 깊어지고, 증상이 악화돼 자살에 이르게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다양한 가면 증상 나타나
가면우울증은 종종 병원에 가도 진단되지 않아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성 질환’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신경성 가면 증상은 두통, 수면 장애, 피로, 권태감 등이다. 이비인후과적 가면우울증 증상은 이명·갈증·미각 이상·목이물감 등이며, 내과적 가면우울증 증상은 위 불쾌감·복부 팽만감 등 위통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 가슴이 계속 두근거려 심혈관 질환을 의심하며, 흉부압박감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거나, 요통을 동반 한다. 비뇨기과적 증상으로 성욕감퇴나 빈뇨·배뇨곤란 등도 나타난다. 증상은 연령대에 따라 다르다. 청소년은 짜증과 반항이 대표적 증상이라면 중·장년은 술로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 화병, 건망증, 의심증, 공허감 등이 나타난다. 노년층은 불면, 불안 등의 증상이 두드러진다. 뇌 인지기능과 구조에는 큰 이상이 없으나 주의집중력과 기억력 저하도 생긴다.

 

애매한 ‘신경성’ 진단, 증상 악화 원인
우울증으로 인한 가면 증상 때문에 여러 검사를 받지만 대부분 이상이 없어 신경성 진단을 받게된다. 유제춘 교수는 “가면우울증 환자는 우울해서 몸이 안 좋아졌다기보다는 몸이 안 좋으니 기분까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고 말했다. 가면우울증 환자는 원인을 찾지 못 하다보니 신체 증상에 대한 지나친 염려와 집착을 보이는 ‘건강염려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과잉진료, 약물남용 등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가면우울증을 의심할까? 뚜렷한 원인 없이 불편한 신체 증상이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을 때, 신체 증상에 대한 검사 시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는 것이 4회 이상 지속될 때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우울증검사를 받는다. 가면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스스로 우울증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도록 인지치료와 행동치료를 받거나,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처방받는다. 3~6개월 치료를 받으면 좋아진다.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
가면우울증을 예방하려면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도록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그날 쌓인 감정은 직장 동료나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제때 푼다. 식후에는 가벼운 산책과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유제춘 교수는 “우울증은 부끄러워하거나 고민할 병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90% 이상 완치되므로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 성격 장애나 사회 부적응, 자살 등으로 이어지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 김현정 헬스조선 기자 khj@chosun.com
일러스트 조영주
도움말 유제춘(을지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