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식

벌컥벌컥 하루 10잔…여름철엔 물이 보약

문성식 2012. 8. 4. 15:17

벌컥벌컥 하루 10잔…여름철엔 물이 보약

 

충분히 수분 섭취땐 암 예방·童顔피부 도움  수분부족 상태 지속땐 변비·비만·피로 불러

커피·녹차 많이 마시면 오히려 물 배출 역효과

6월 말이지만 한낮의 기온이 30℃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쏟아지고 갈증으로 목이 탄다. 무더운 여름철, 물은 생명수나 다름없다. 충분한 수분 섭취만 이뤄진다면 건강하게 여름을 이겨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분이 체중의 1%만 부족해도 금방 목이 탄다. 5~6% 수분 부족은 맥박과 호흡 횟수를 증가하게 만들고 정신을 흐트러뜨린다. 10%가 부족하면 현기증과 극심한 무력감이 나타나고 이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난다. 여기서 수분이 부족한 정도가 1%만 더 올라가도 열사병에 걸리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신체의 수분 비중이 1~2% 정도 부족한 상태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것을 만성탈수라고 하는데 만성탈수는 변비, 비만, 피로, 관절이상, 노화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 몸의 70%가 수분(물)으로 구성돼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50% 이하로 떨어진다. 우리 몸의 수분함량이 줄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유연성이 떨어진다.

특히 여름철에는 수분 섭취가 요로결석을 예방해준다. 이영기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요로결석을 예방하기 위해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사실은 히포크라테스 시절부터 잘 알려져 있는 내용"이라며 "이미 요로결석이 생긴 경우 배출을 돕고 재발도 막는다"고 말했다.

 

◆ 식중독ㆍ급성 장염땐 수분섭취 필수

흔히 감기에 걸렸을 때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물을 많이 마실 것을 권한다. 이는 인체 세포에 수분이 부족하면 저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식중독, 전염병, 급성 장염 등 설사의 원인이 되는 병에는 탈수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수분 섭취는 필수다. 특히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변비 예방에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단순한 이치로 물을 많이 마시면 암의 발생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물을 많이 먹으면 발암 물질을 쉽게 배설하기 때문에 방광암, 전립선암, 신장암과 같은 요로계 암이 적게 걸린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또한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위험이 감소했고, 물을 많이 마시는 여성은 폐경 후 유방암 발생률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박창해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발암물질이 예민한 부위에 접촉하기 전에 물이 몸 밖으로 씻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독소를 희석 또는 배출시켜 신체를 정화해 줄 수 있다"며 "만약 독소들이 배설되지 않고 몸에 흡수된다면 암뿐만 아니라 두통, 피로, 통증, 거친 피부,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피부에 화장품보다 물 섭취가 더 효과

물은 노화와도 관련이 깊다. 노화가 제일 먼저 나타나는 곳은 피부로 수분이 피부에서 빠져나가면서 피부노화가 촉진된다.

의학의 아버지라는 히포크라테스는 2300여 년 전 몸을 습한 것, 건조한 것, 따뜻한 것, 찬 것 등 4가지로 구분해 생각했다. 그는 젊을 시절에는 습하고 따뜻한 성질이 강하지만 나이가 들면 건조하고 차가운 성질이 점점 강해져 몸의 세포가 유연성을 잃어가면서 노화가 된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수록 세포와 결합조직에는 물이 점점 더 적어지고 여기에 물을 저장하는 능력까지 떨어지면 더 늙어간다는 게 히포크라테스의 주장이다.

피부노화를 막겠다고 수분을 공급해 주는 온갖 비싼 화장품을 사용하지만 기본적으로 충분한 수분 섭취가 이뤄져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수분 섭취는 비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만성 탈수상태가 되면 갈증이 일어나도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갈증을 배가 고픈 느낌과 혼동해 음식을 더 먹게 만드는 경우가 있어 체중조절 실패의 원인이 된다.

물은 변비와도 관련이 있다. 물 섭취가 부족하면 대변이 굳어져 변비의 원인이 되기 쉽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식사량도 줄였는데, 물까지 마시지 않아서 생기는 변비는 약으로도 해결하기가 어렵다.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사람 중에도 물 섭취가 부족한 것이 원인인 경우가 있다.

피로를 해소하려면 우리 몸의 노폐물이 원활하게 배설되어야 하는데 소변, 땀, 대변의 주원료인 물이 부족해 배설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 1시간 내 운동, 물 마시는 게 더 좋아

수분 섭취를 많이 하겠다고 음료수를 입에 달고 사는 여성들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음료수는 수분 섭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권길영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커피, 녹차, 전통차, 우유, 요구르트, 탄산음료, 기능성 음료 등을 마시면서 '물'을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며 "녹차나 커피는 이뇨작용이 강해 상당량의 수분을 배설시키므로 물을 마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을 배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료수에 첨가되는 설탕, 카페인, 나트륨, 산성성분 등 의도하지 않은 첨가물들은 열량이 높아 비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오히려 주의가 필요하다. 음식물도 마찬가지다. 과일과 채소는 전체의 80∼95%가 수분이며, 고기에도 상당량의 수분이 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네 식단에서 야채는 수분이 많이 함유된 자연상태보다 데치거나 끓인 후 소금과 장류로 양념한 상태로 먹는 경우가 많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물을 마시면서 수분을 섭취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국물에는 소금이 많이 들어가 있고 아미노산이 녹아 있는 영양성분이 많아 이 역시 수분 섭취에는 효과가 없다.

장시간 운동을 할 경우 스포츠 음료가 도움이 된다. 하지만 1시간 이내의 운동은 물이나 스포츠 음료의 차이가 별로 없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 교수는 "스포츠 음료는 필요한 탄수화물을 보충하고 물보다 더 잘 흡수되는 비율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마라톤과 같은 장시간 운동에서는 스포츠 음료가 운동능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노인들 조금씩 더 자주 마셔야

사람의 하루 수분 소모량은 소변으로 배설되는 수분이 약 1.4ℓ, 소변 이외로 배출되는 수분이 약 1ℓ로 총 2.4ℓ에 달한다.

그러므로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수분도 2.4ℓ가 돼야 한다. 사람이 하루 음식으로 섭취하는 수분양은 1~1.2ℓ정도 되므로 적어도 식사 이외에 1.5ℓ의 수분을 보충해줘야 하는 것이다. 통상 하루 8~10잔(큰 컵)의 물을 권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특히 노인들은 목이 마르다는 느낌이 둔해져 있으므로 일부러라도 조금씩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통 아침 공복시에 물을 마시라고 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밤 사이 물을 마시지 않았고, 땀 등으로 수분 배출이 이뤄졌을 수도 있으므로 물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물은 하루 종일 틈틈이 자주 마시는 것이 좋으며 식후에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마치 과식을 한 것 같이 뱃속이 거북할 수 있고,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경우 악화될 수 있어 식후나 식사 중간보다는 식전 1~2시간 정도에 마시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