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식

귀 질환 상황별 응급처치

문성식 2012. 7. 29. 18:50

등산이나 비행기 이용 시 귀가 멍~해지며 통증이 온다거나 목욕이나 수영을 하다가 귀에 물이 들어가 고생을 하는 일, 누구나 경험해 볼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응급처치로 인해 오히려 더 큰 고통을 겪게 되는 일이 흔히 발생하는데요, 귀에 관한 응급 상황별 처치법에 대해 이달의 ‘SOS긴급출동’에서 알아보았습니다.

1. 귀에 벌레가 들어 갔어요!

많은 정보에서 이 경우 귀를 밝은 쪽으로 향하게 하거나 손전등을 귀 가운데에 비추어 벌레가 빛을 따라 나오도록 유도하라고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심스러운 응급처치입니다. 벌레들은 보통 직진을 하기 때문에 귀 속의 작은 통로에서는 후진하거나 가던 길을 돌아서기가 힘이 듭니다. 따라서 아주 작은 벌레가 아니라면, 불빛을 비추는 방법이 소용이 없거나 경우에 따라 ‘불빛’이라는 자극 때문에 벌레가 더 깊숙이 들어가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귀에 벌레가 들어간 경우 귀를 후벼서는 안 됩니다. 올리브유, 베이비 오일, 식용유 등 집안에서 구하기 쉽고 비교적 밀도가 높은 기름 성분을 귓속에 넣어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벌레를 질식사시킴과 동시에 배출을 용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벌레를 제외한 물질들 중 귀에 들어갈 가능성이 많은 것이 BB탄이라고 불리는 동그란 장난감 총알입니다. 장난으로 귀에 넣었다가 귓속 좁은 부위에 딱 걸리는 수가 많습니다. 한 번에 잘 빼지 못하고 자꾸 자극을 가할수록 외이도가 부어 제거가 어려워지므로 조금이라도 빨리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콩과 같은 식물성 물질이 오랜 시간 방치되면 부패되어 귓속 피부에 염증을 일으켜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2.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져요!

MP3 플레이어 DMB 폰 등의 각종 이어폰과 생활소음에 노출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발생되는 ‘소음성 난청’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흔히 소음성 난청이라고 하면 총성이나 폭발음과 같은 아주 큰 소리를 들었을 때만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소음에 일정 기간 노출되어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일단 높은음부터 잘 들리지 않게 되고, 악화되면 평상시 대화할 때도 상대방의 말소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년이 많이 사용하는 MP3 플레이어는 볼륨을 최대한 높일 때 우리 귀를 손상시킬 수 있는 수준의 음이 발생합니다. 이런 상태로 매일 15분씩 음악을 듣는다면 소음성 난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폭발음과 같은 소리에는 순간적으로 노출돼도 청력에 심한 손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주변 소음이 청신경 세포손상을 일으킬 만한 충분히 큰 소음이라면 보호구 즉, 귀마개를 착용하면 소리를 30~40dB까지 차단할 수 있어 효과적으로 소음성 난청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런 큰소리를 듣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노출된 시간에 따라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영구적 난청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 추가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한 후 조용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하루 정도 지난 후에도 난청의 증상이 있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청력을 평가하고 약물치료를 속히 받도록 해야 합니다.

3. 감기에 걸린 아이가 귀가 아프다고 합니다!

단순한 감기 증상 보다는 급성편도선염을 동반한 감기에 걸렸을 때 귀가 아프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귀 자체의 병이 아닌 연관통에 의해 귀의 통증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목의 감각신경과 귀의 감각신경이 합쳐져 한 신경다발을 이루면서 상부 신경계로 전달됩니다. 편도선염을 동반한 감기일 경우 목에서 오는 통증이라는 감각신호를 귀에서 온 것으로 상부 신경계가 착각하게 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영유아들은 귀와 코 끝을 연결하는 통로의 기능이 약합니다. 대체로 맑은 물이 차는 중이염의 경우 통증이 없으나, 급성중이염이 생겨 농성물질이 고막 안쪽에 차면서 그 부피에 의해 고막이 바깥쪽으로 부풀게 되면 심한 통증을 호소하게 되는데 이럴 때는 고막절개술을 통하여 그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4. 수영을 하다가 귀에 물이 들어갔어요!

단순히 물이 들어간다고 귓병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물이 들어간 귀를 무리하게 닦아내거나 후빌 경우 귓속에 상처를 만들고 거기에 세균감염이 생겨 병이 생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는 무리하게 제거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좋습니다. 물이 들어간 귀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고 귀를 가볍게 흔들어주면 대부분 물이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한 후에도 귓속에 남아 있는 소량의 물은 체온으로 인해 자연히 증발하므로 될 수 있으면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해변이나 수영장에서라면 흔히들 알고 있는 물이 들어간 쪽의 귀를 밑으로 하여 따뜻한 돌을 귀에 대는 방법도 좋습니다.

 

대체로 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귀지는 보호작용이 있으므로 제거하려는 시도는 전혀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물이 외이도에 차고 귀지가 많은 경우에는 귀지가 물에 불어 불편함이 심할 수 있으므로 과도한 자극을 주지 않는 한도에서 면봉을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5. 머리를 다쳤는데 귀에서 피가 나옵니다!

머리뼈는 여러 개의 조각이 합쳐져서 하나의 두개골을 형성합니다. 이 가운데 귀를 이루고 있는 뼈를 측두골이라 합니다. 머리를 다쳤는데 귀에서 피가 흘러나온다면 측두골에 골절이 있으면서 그 골절선이 외이도를 지나게 되고 외이도 피부의 찢어진 부위를 통해 출혈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피가 나온다고 귀를 틀어막게 되면 피가 좀 더 깊은 곳에서 굳게 되어 합병증을 유발하거나 치유가 더디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수건 같은 부드러운 천으로 귀 쥐위를 감싼 채로 응급실로 내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6. 높은 곳에서 귀가 멍멍하며 심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비행기를 타고 급속히 높은 곳으로 상승하거나 고층건물의 고속 승강기를 탈 때 많이 느끼게 되는 증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외부의 대기압이 급격히 낮아지는 상황에서 고막 안쪽 가운데 귀의 공기는 아직 이전 대기압으로 존재하여 상대적으로 압력이 높아 고막이 바깥쪽으로 팽륭(bulging)되기 때문입니다. 이 증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꾸 침을 삼키는 것이 좋습니다. 침을 삼킬 때는 귀와 코 사이의 통로인 이관을 열어 가운데 귀와 현재 주변 대기압을 같게 하여 고막이 제자리로 갈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법으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손으로 코를 막고 막은 코를 통해 바람을 빨아들이겠다는 생각으로 코 안쪽에 음압을 유발하면 마치 빨대로 빠는 것처럼 고막을 제 자리를 찾아 증상이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오면서 귀에서 통증을 느꼈다면 막은 코에 바람을 불어주면 통증이 줄어들게 됩니다.

7. 귀지를 파다가 귀이개에 귀를 찔렸어요!

고막을 다쳤다면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퍽하고 터지는 느낌, 난청, 귀에서 우는 소리(이명) 등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귀를 찔린 손상이 크지 않다면 대체로 3-4주 후에는 별다른 치료 없이 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상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마치 골절 환자에게 부목을 대어 주듯이 인조고막이라고 불리는 물질을 대어 주어 자연치유를 돕고 고막에 난 구멍으로 인한 청력손실의 불편감을 해소해주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대전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정민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