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채근담후집 제49장 - 매어놓지 않은 배처럼 떠내려가건 멈추건 몸을 맡겨두라. 身如不繫之舟 一任流行坎止. 신여불계지주 일임유행감지. 心似旣灰之木 何妨刀割香塗. 심사기회지목 하방도할향도. 몸은 매어 놓지 않은 배와 같은지라 가거나 멈추거나 맡겨 둘 것이요, 마음은 이미 재가 된 나무와 같은지라 쪼개건 향을 칠하건 아랑곳하지 말 일이다. [해설] 모든 것은 찾아왔다가 떠나가고 사라집니다. 그것이 대우주와 자연의 섭리이건만 그것을 아쉬워하고 섭섭해 하고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고 미련을 가지는 것은 인간의 정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정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래서 자연의 흐름 속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맡길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일에도 초연해질 수 있습니다. 가족과 가정에 얽매이고, 직장에 얽매이고, 사업에 얽매이고, 취미생활에 얽매이고 우리는 마치 닻줄에 매어 있는] 배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일정한 틀 속에 갇혀 있으면서 그 틀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현대인들입니다. 요컨대 그런 그물와 같은 사회에서 코꿰어 가며 살아가는 한 고달픈 생활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짜증스럽게 받아들인다면 한없이 짜증스럽겠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마음가짐으로 받아 들인다면 그렇게 괴롭지만도 않은 것이 인생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