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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우이동은 북한산성 지구에 이어 두 번째로 꼽힐 만큼 많은 등산객이 찾는 북한산 산행 기점이다. 이는 무엇보다 북한산성 기점과 더불어 북한산 최고봉 백운대를 가장 빨리 오를 수 있는 최단 등로의 기점이기 때문이다.
우이동 버스종점에서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한 도선사 주차장(약 1.6km)에 위치한 백운탐방지원센터에서 백운대 정상까지는 약 2.1km로 1시간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도로구간 중간지점인 할렐루야기도원 입구 삼거리에서 오른쪽 백운대 제2지킴이터로 올라서면 능선길을 따라 구 우이산장 위쪽 갈림목까지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백운대 직등로는 짧은 시간에 백운대 정상에 오를 수 있기는 하지만 휴일이면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먼지가 날릴 만큼 많은 등산인들로 붐비는 까닭에 산행다운 즐거움을 누리기 어렵고, 도보든 차량을 이용하든 도로 구간을 피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면에서 육모정고개~영봉 능선길은 호젓한 산행과 함께 백운대 직등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조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좋은 코스다. 백운대 아래 위치한 백운산장에서 20여 년 동안 생활해온 이건씨는 영봉 능선길을 타고 백운대에 오른 다음 주능선을 따라 대동문에서 소귀천계곡 길로 내려서는 코스를 우이동 기점 원점회귀 코스 가운데 최고의 코스로 꼽고 있다. 비교적 호젓한 능선 길을 따라 웅장한 북한산 속살을 조망하고 완만하고 부드러운 계곡길을 따라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 1 능선산행이 시작되는 육모정고개. 2 인수봉 조망대라 할 수 있는 영봉 일원. 3 소리천계곡 코스 들머리. 할렐루야기도원 맨 위쪽에서 시작한다. 4 사철 물이 솟는 소귀천계곡 용담수.
- 조망 일품인 영봉~육모정고개 능선길
육모정고개~영봉 능선길 산행은 우이동 그린파크 앞에서 시작된다. 그린파크 정문 앞에서 우이령 쪽 도로는 두 가닥으로 오른쪽 길은 도봉산 우이능선 길 코스의 들머리다. 그린파크 앞에서 왼쪽 길을 따라 1km쯤 오르노라면 산에는 꽃이 피네, 자연과 사람들, 키토산오리 등의 카페와 음식점들을 지나 도원사 갈림목에 이어 산중 카페인 오크밸리 앞에 닿는다.
‘영봉 2.6km’ 안내판이 서 있는 지점에서 오크밸리 건물 사잇길로 접어들면 육모정공원지킴터가 나타나고, 이어 봄기운 듬뿍 먹은 산길을 따라 100m쯤 더 오르면 법안사 갈림목(영봉 2.4km, 육모정고개 1.4km, 육모정지킴터 0.1km)에 이른다.
완만한 산길은 용덕사를 지나면서 조금 가팔라지지만 계곡 물소리가 시원스레 들려 전혀 힘든 줄 모르고 오를 수 있다. 커다란 바위가 정면에 마주선 지점에서 왼쪽 길을 따라 20m쯤 가면 맑은 물이 솟는 샘이 있다.
산길은 커다란 바위 아래서 가팔라지지만 넉넉잡아 10분이면 육모정 고갯마루에 올라선다. 항상 골바람이 몰아치는 육모정고개를 넘어서면 설악산 계곡만큼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 효자리계곡으로 내려서고 오른쪽(북쪽) 능선길은 역시 조망이 일품인 상장봉으로 이어지지만 두 코스 모두 자연휴식년제에 묶여 산행이 금지돼 있다.
육모정 고갯마루(영봉 1.3km, 육모정공원지킴터 1.3km)에는 서울산악회 동지들이 세워놓은 ‘고 지현(趾玄) 이창열(李昌烈) 박사 추모비’가 있었으나 북한산 내 추모비 제거 사업 때 사라지고 말았다.
고개에서 짤막한 오르막을 올려치다 왼쪽 바위로 올라서면 도봉산 조망이 일품으로 눈에 들어온다. 북으로 상장능선이 시원스럽게 뻗어 있고, 그 오른쪽으로 알바위 오봉을 거쳐 꽃바위 자운봉·만장봉·선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게다가 수락~불암산 뒤로는 철마산~천마산 능선과 예봉산·검단산도 보이고, 두물머리를 지나 한층 규모가 커진 한강 물줄기까지도 빤히 바라보인다.
조망 포인트를 지나 암릉을 이룬 능선에 접어들면 이번에는 인수봉이 정수리를 바짝 든 채 웅자를 자랑한다. 이후 헬기장을 지나 숲길을 따르노라면 짤막한 슬랩바위가 앞을 가로막지만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아 무난히 올라설 수 있다.
슬랩바위를 지나 짤막한 바위 턱을 내려선 다음 오르막 숲길로 들어서면 곧 영봉 정상 갈림목(우이동에서 약 1시간30분). 오른쪽 20여m 위쪽이 인수봉 조망대라 할 수 있는 영봉 정상으로 휴일이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등산인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조망을 즐기며 점심 식사를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영봉에서 백운대로 가려면 영봉 정상 갈림목에서 하루재 삼거리로 내려서야 한다. 짤막한 바위 구간을 내려선 다음 급경사 능선길을 따르면 곧 하루재 삼거리(영봉 0.2km, 백운대 1.4km, 백운대탐방지원센터 0.7km)다. 도선사주차장 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늘 붐비는 하루재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계곡가의 구 인수대피소 터로 내려서고, 이후 왼쪽 길을 따르면 제21야영장을 거쳐 백운산장으로 올라선다(하루재에서 약 30분).
간이화장실이 설치돼 있는 제21야영장은 북한산국립공원관리소의 허가를 받아야 이용이 가능하다. 야영장을 지나 바윗길과 계곡길은 한겨울에는 얼음이 덮여 있어 낙상의 위험이 높은 구간이지만 그밖의 계절에는 무난히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대동문에서 소귀천계곡 길 따르면 할렐루야기도원으로 하산
백운산장에서 200m 쯤 오르면 위문(衛門, 백운대 0.3km·북한산대피소 1.4km·백운대탐방안내센터 1.8km). 여기서 백운대 정상까지는 데크나 와이어 난간 같은 안전시설물이 설치돼 있고, 가파른 바위사면은 턱이 깎여 있기는 하지만 워낙 혼잡스러운 데다 난간 밑으로 미끄러지면 큰 사고를 당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정상에서 인수봉 쪽 안부로 이어지는 호랑이길이 있으나 사고가 빈번해 이용은 불가하다.
위문에서 대동문으로 가려면 위문을 빠져나가 북한산성유원지 쪽으로 50m쯤 내려서다 데크 갈림목에서 왼쪽 허리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이후 노적봉 안부까지는 보현봉에서 문수봉을 거쳐 의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뛰어나고 산길 아래쪽이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어 스릴이 넘치는 구간이다.
노적봉 안부로 내려서면 험로는 끝나고 용암문(龍岩門, 백운대 1.5km·용암문공원지킴이 1.1km)을 지나면 전형적인 산성길로 접어든다. 용암문에서 약 200m 떨어진 북한산대피소는 바람을 피하며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대피소 아래 공터 한쪽에 있는 샘은 식수로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으므로 마시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대피소를 지나면서 산길은 한결 널찍하고 완만해진다. 산성 너머로 서울 북부 일원을 바라보고 걷노라면 동장대(東將臺)에 올라선다. 장수의 지휘소였다는 이곳에 서면 보현봉에서 문수봉을 거쳐 의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결 가깝게 다가오고, 날이 좋을 때에는 동쪽으로 팔당 일원은 물론 서쪽으로 인천 앞바다로 빠지는 한강하구가 바라보일 만큼 조망이 뛰어나다.
동장대에서 완만하면서도 널찍한 산성길을 500m쯤 따르면 대동문(大東門). 주능선을 오가는 등산인뿐 아니라 소귀천계곡, 진달래능선, 아카데미하우스 길에서 올라온 등산인들이 모여들어 항상 장터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대동문을 빠져나가면 서울 북부 일원이 발아래 있는 듯 가깝게 느껴지고 50m쯤 내려서면 갈림목에 닿는다. 계속 능선길을 따르면 아카데미하우스(1.8km)로 내려서고, 왼쪽 길을 150m쯤 따르다 갈림목에서 직진하면 우이분소(약 2km)나 백련공원지킴터(2.5km)로 내려서고 왼쪽 사면으로 접어들면 소귀천공원지킴터(2km)로 내려선다. 갈림목 오른쪽에 위치한 샘은 사철 마르지 않고 인기 있는 샘이다.
소귀천계곡 길로 접어들어 15분쯤 내려서면 물소리가 들려오면서 계곡길이 시작되고, 운동시절지구에 이어 용담수(龍潭水), 용천수(龍泉水)를 지난 다음 완경사 계곡길을 10분쯤 더 걸으면 소귀천공원지킴터를 지나 할렐루야기도원으로 들어선다. 여기서 찻길을 따라 1km쯤 내려가면 우이동 버스종점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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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3번 출구로 빠져나와 중앙버스차선에서 우이동 방향 109, 120, 130, 144, 170, 171번 시내버스를 환승하면 우이동 종점까지 갈 수 있다. 문의 국립공원 북한산 우이분소 02-997-8365.
백운산장 2층 침상에서 1일 45명이 투숙할 수 있으며, 국수(4,000원), 두부(3,000원), 사발면(2,500원), 막걸리(1잔 2,000원) 등과 과자·음료수 등을 팔고 있다. 숙박료 1일 5,000원. 02-904-0909.
맛집
우이동 버스종점 부근의 원석이네(906-4059)와 풍성식당(908-8232)은 전문 클라이머뿐 아니라 도보등산인들에게도 이름난 대중음식점이다. 우리콩순두부(995-5918)는 평일에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많을 만큼 인기있는 두부요리전문점으로, 4인 기준 두부전골 중 2만2,000원, 녹두전 소 7,000원, 도토리묵 8,000원이면 적당하다고 주인이 권한다. 할렐루야기도원 삼거리 부근의 산식당(993-1807)과 선운식당(997-8382)은 널찍한 공간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뒤풀이하기에 적당한 음식점이다. 육모정고개 진입로상에 위치한 키토산오리(999-9119)는 오리 요리 전문점으로 녹두영양죽과 군고구마가 서비스로 나온다.
/ 글· 사진 한필석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