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3층 누각 / 법정 스님

문성식 2012. 3. 29. 13:33

      3층 누각 옛날에 한 어리석은 부자가 살았습니다. 하루는 이 부자가 다른 부잣집에 가서 3층으로 된 누각을 보았습니다. 그 누각은 매우 멋지고 화려했습니다. 특히 3층 부분이 아름다웠습니다. "오, 정말 마음에 드는 누각이다!" 부자는 몹시 부러워하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 나도 얼른 저런 3층 누각을 지어야겠다.' 부자는 집으로 돌아와 하인에게 훌륭한 목수를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얼마 후, 하인이 목수를 데려왔습니다. 부자가 목수에게 물었습니다. "저 집에 있는 것과 같은 멋진 3층 누각을 지을 수 있는가?" 목수가 대답했습니다. "그 누각은 바로 제가 지은 것입니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얼른 누각을 지어다오." 부자의 이 청에 따라 목수는 곧 땅을 고르고 벽돌을 쌓아 누각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부자는 목수가 벽돌을 쌓는 것을 한참 유심히 보다가 의심이 생겼습니다. "이보게, 지금 뭐하는 건가?" "3층 누각을 짓기 위해 1층을 짓고 있습니다." 그러자 부자가 화를 벌컥 내며 말했습니다. "나는 아래의 두 층은 가지고 싶지 않다. 그러니 그냥 3층만 지어다오. " 이에 목수가 답답하다는 듯 자기 가슴을 치며 말했습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어떻게 아래층을 짓지 않고 3층만 지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부자는 목수의 말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말했습니다. "어쨌든 나는 3층만을 가지고 싶다. 그러니 어서 3층만 지어 다오." 그러자 이웃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고 부자를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참 한심한 사람이군. 먼저 1층과 2층을 지어야 3층을 지을 수 있다는 건 아이들도 아는 것인데 그걸 모르다니, 쯧쯧." 결국 부자는 사람들로부터 망신만 톡톡히 당하고 말았습니다. 쓸데없이 서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화단에 씨앗을 심으면 우선 물을 주고 기다려야 합니다. 또 싹이 나면 햇볕도 필요하고, 바람도 필요하고 또 다른 양분도 필요합니다. 씨앗이 단번에 꽃으로 변할 수는 없습니다. 배움의 길도, 깨달음의 길도 단번에 열매를 주지는 않습니다.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 속에서 하나씩 둘씩 나아가다 보면 비로소 꽃도 열매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서둘지 마세요. 한번에 다 가지려고 하지 마세요. 지나치면 넘어집니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하나도 가지지 못하고 오히려 빈손이 됩니다. ㅡ 법정 스님의 참 맑은 이야기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