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 새로 태어나라
나는 이틀이든 사흘이든 집을 비우고 나올 때는
휴지통을 늘 비워 버립니다.
거기에 거창한 비밀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휴지통에 들어 있는 것은 그저 무엇을 쓰다가 남은
종이쪽이거나 휴지조각 같은 것들인데,
나는 늘 불에 태워 버리고 집을 나옵니다.
내가 집에서 떠나왔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할 때
남긴 물건들의 추한 꼴을 남한테 보이기 싫어서입니다.
그래서 그때 그때 정리해 치웁니다.
이제 곧 가을이고,
조금 있으면 나무들이 잎을 다 떨어뜨릴 것입니다.
계절의 변화를 보고 '아, 세상이 덧없구나, 벌써 가을이구나.
어느덧 한 해도 두 달밖에 안 남았네.' 하고 한탄하지 마세요.
계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사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낙엽이나 열매들이
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에 어떤 의미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닙니다.
본질과 거리가 먼 것,
불필요한 것은 아깝지만 다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홀가분해집니다.
나뭇잎을 떨어뜨려야 내년에 새 잎을 피울 수 있습니다.
나무가 그대로 묵은 잎을 달고 있다면
새 잎도 피어나지 않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순간 어떤 생각,
불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새로워지고 맑은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정된 틀에거 벗어날 수 없습니다.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매일 그 사람, 똑같은 빛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
어떤 틀에 박혀 벗어날 줄 모르는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ㅡ 법정 스님의 참 맑은 이야기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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