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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1,950m)이 곧 제주도라면 적대봉(積臺峰·592.2m)이 곧 거금도(巨金島·전남 고흥군 금산면)다. 산자락이 뻗지 않은 곳이 없어 바닷가 어디든 적대봉 산그늘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옛날 봉수대가 세워졌을 만큼 사방 거칠 게 없는 산이기도 하다.
이런 지형적인 특색 때문에 해남 두륜산, 강진 주작산~덕룡산, 영암 월출산에 이어 장흥 천관산과 고흥 팔영산에 이르기까지 호남 명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특히 4월 맑은 날이면 흰눈을 머리에 인 제주도 한라산이 바라보이는 보너스까지 얹어진다. 여기에 부드러운 산세에 장쾌한 능선이 더해져 산행의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는 산이다.
- ▲ 적대봉 북동릉 너럭바위 지대. 고흥반도 일원의 다도해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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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도 알림이, 동정~북동릉~봉화대~오천 코스 강추
섬 한가운데 솟아오른 적대봉 정상을 향해 오르내리는 코스는 여러 가닥이다. 파성재~적대봉~청석 또는 오천(7.6~8.6km·4~5시간), 파성재~적대봉~남천·명천(7.2km·4시간), 파성재~적대봉~신평·월포 경계(5.8km·3시간), 파성재~적대봉~홍연(5.1km·3시간), 그리고 적대봉 서쪽에 솟아 있는 용두봉 코스(대흥~용두봉~소재지 5km·2시간30분)와 적대봉과 용두봉을 잇는 종주코스(명천~적대봉~파성대~용두봉~대흥평지 12.6km·6시간) 등이 금산면과 주민들이 닦아놓은 코스들이다.
- ▲ 오천 몽돌해수욕장. 파도가 밀려올 때면 ‘자갈자갈’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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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파성재~마당목치~적대봉 왕복코스(3시간)를 따르는 이들이 가장 많고, 파성재에서 마당목치에 올라선 다음 적대봉을 다녀온 뒤 능선을 따라 오천마을로 내려서는 코스도 인기 있다(4시간). 이밖에 동정마을 금산정사에서 출발해 적대봉~마당목치를 거쳐 오천마을 몽돌해수욕장 앞으로 떨어지는 코스(7.4km·4시간)는 거문도 알림이들이 적극 추천하는 코스다.
동정마을은 신평선착장에서 약 1.5km 거리밖에 안 돼 녹동항에서 신평항으로 접근할 경우 도보로 다가설 수 있다. ‘금산정사’ 안내판이 서 있는 마을 입구에서 300m쯤 들어가면 비포장 길이 나오고, 숲길로 들어선 다음 20분쯤 오르면 능선마루(동정 1km, 신평 4.8km, 월포 4.2km, 적대봉 1km)에 올라선다.
멋진 조망은 능선마루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울창한 숲길을 벗어나가면서 시작된다. 곧 바위지대가 나타나면서 양옆으로 다도해가 펼쳐지고, 넓적한 바윗돌길을 거쳐 너럭바위에 올라붙으면 동쪽으로 연륙교로 이어진 나로도가, 남서쪽으로는 청산도와 생일도를 비롯한 완도 일원의 섬들이 보이고, 장흥 천관산과 제암산에 이어 고흥 천등산과 마복산 등, 남해안을 끼고 이어지는 호남의 명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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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럭바위를 지나 숲그늘 속으로 들어서면 분위기 한층 고즈넉해진다. 그러다 숲을 빠져나와 너럭바위 위로 올라서면 금진항과 녹동 사이의 코발트빛 바다가 반짝이고 멀리 해남 두륜산에서 주작~덕룡산뿐 아니라 영암 월출산까지 눈에 들어올 만큼 멋진 풍경이 반겨준다.
이후 적대봉 정상 가는 길은 잠시 차분해지면서 소사나무와 왕벚나무 숲길로 변신한다. 적대봉 일원은 한때 말을 키우기 위해 목장성(牧場城)을 쌓았던 곳이기도 하고, 한때 좋은 나무가 많이 자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문헌에 의하면 거금도는 선재(船材)의 확보를 위해 벌채를 금지했을 정도로 질 좋은 나무가 많이 자랐던 곳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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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벗겨지면서 모습을 드러낸 야트막한 바위 등성이 역시 멋진 조망 포인트. 바로 앞의 봉화대 정상도 아름답게 보인다. 적대봉 정상은 멀리 제주도까지 바라보일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다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봉수대를 구축해 놓았다.
360도로 섬과 바다가 보이는 조망 명소이기에 점심 장소로도 인기 높은 곳이다.
- ▲ 거문도행 여객선이 운항하는 녹동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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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게 뻗은 억새 능선을 따라 가노라면 어느 샌가 마당목재(파성재 1.6km). 예서 오른쪽 하산로를 따르면 파성재 아스팔트길로 내려선다. 파성재 일원과 남쪽 금장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계곡 일원은 조선시대 800여 필의 말을 방목할 수 있을 만큼 널찍한 목장성이 축성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파성재에서 버스가 다니는 해안도로까지는 20분이면 내려설 수 있다.
마당목재를 지나 오르막길로 변한 능선길은 529m봉을 넘어선 뒤 다시 내리막길로 바뀌면서 비단자락 펼쳐놓은 듯 반짝이는 익금과 금장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고, 능선길은 어느 순간 다시 솟구치면서 험난한 바위능선으로 변한다. 이후 남동쪽으로 곧게 뻗던 능선이 서쪽으로 휜 다음 급경사 내리막길로 바뀐 뒤 몽돌해수욕장 부근의 도로로 내려선다.
- ▲ 일망무제의 조망이 360도로 펼쳐지는 적대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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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거금도행 여객선을 탈 수 있는 녹동까지는 서울, 순천, 부산, 고흥 등지에서 노선버스가 운행한다.
서울→녹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에서 1일 5회(08:00~17:30) 운행. 5시간5분, 일반 2만2,300원, 우등 3만3,300원. 금호고속(02-530-6211). 이지티켓(www.hticket.co.kr)에서 예약 가능.
순천→녹동 종합버스터미널(061-744-6565)에서 약 20분 간격(05:45~22:10). 1시간20분, 8,400원.
부산→녹동 서부시외버스터미널(1577-8301)에서 08:50, 09:50, 10:50, 13:30, 14:25(고흥까지 운행), 15:40 출발. 4시간20분, 2만800원.
고흥→녹동 공용시외버스터미널(061-833-0009)에서 직행버스와 군내버스(06:00~22:30)가 수시 운행한다. 20~30분 소요, 요금 직행 2,000원, 군내버스 1,800원.
녹동→거금도 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30분 간격 운항. 금진행 첫배 06:00, 신평행 첫배 06:00, 이후 정시에 금진행 배가, 매시 30분에는 신평행 배가 출발한다. 요금 편도 1,200원, 도선료(승용차) 9,000원(2인 무료). 문의 녹동 여객선터미널(구항·지역번호 061) 843-9184. 금진선착장 843-7928, 신평선착장 843-3824.
거금도에서는 노선버스(대흥여객 061-843-8123) 이용. 신평항으로 진입할 경우 동정마을까지 도보나 노선버스로 다가설 수 있다. 파성재로 갈 경우 버스기사에게 약간의 돈과 함께 부탁하면 세워준다. 해안일주도로 상 버스정류장에서 파성재까지 약 30분.
오천행 노선버스는 07:40, 09:00, 10:00, 11:00, 12:00, 13:00, 14:00, 15:00, 16:00, 17:00, 출발. 1시간 소요, 요금 1,200원. 거문도에는 택시(061-844-4466) 4대가 운행하고 있다. 금진항~동정마을 1만3,000원, 금진항~오천마을 2만 원, 금진항~파성재 1만5,000원선.
- ▲ 남서릉 상의 암릉지대. 오른쪽 끝에 솟은 봉이 적대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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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식 (지역번호 061)
오천마을 몽돌해안에 위치한 하얀파도(844-1232, hayanpado.ivyro.net)는 고흥군이 가장 아름다운 펜션으로 지정한 바 있는 업소로, 카페도 운영한다. 4월 요금(주말·주중)은 2인실 8만 원·6만 원, 4인실 12만 원·10만 원, 6인실 15만 원·12만 원. 금진항과 신평항 사이의 해변에 위치한 삼성리조텔(843-1117, www.smresortel.com)은 객식 40개를 갖추고 있다. 부대시설로 구내식당과 야외취사장이 있다. 2인 1실 기준 4만 원(추가 1인당 1만 원).
이밖에 면소재지인 대흥 일원에는 등대장(842-7474)과 그랜드장(843-6644) 등 숙박업소가 있고, 익금해수욕장 일원의 민가에서는 민박이 가능하다. 바닷가를 끼고 있고 남쪽이 트여 있어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 3만 원선. 민박문의 익금이장 선석열씨 010-8662-9735.
면소재지와 선착장, 익금해수욕장 일원 외에는 마땅한 식당이 없다. 그중 면소재지에 위치한 대구막창(844-5577)은 막창 외에 장어탕(1인분 7,000원), 바다메기탕(7,000원), 갈치(6,000원), 삼치(6,000원), 꽃게탕(한 냄비 2만 원) 등의 음식을 내놓는다. 예약할 경우 농어, 돔 등의 회도 가능.
- / 글 한필석 기자 사진 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