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가난한 예수'의 지혜 / 김수환 추기경

문성식 2012. 2. 6. 20:30

     
    
        '가난한 예수'의 지혜 예수님이 공생활을 시작할 때의 첫 말씀은 "마음으로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그리고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은 왜 가난한 사람을 당신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우선적 대상으로 삼았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물론 그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사랑이 예수님의 말씀과 존재의 본질이었다면, 가난은 그 사랑을 이루고 있는 모퉁잇돌이요, 기초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이들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분은 가난한 이들의 상황을 나누었습니다. 가난하게 살았고, 가난하게 죽었습니다. 그럼으로써 하느님은 '가난한 이들의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놀랍고도 새롭게 보여주었습니다. 즉, 하느님의 구체적 생활화이신 예수님이 우리에게 다만 가난한 이들의 하느님으로써 뿐 아니라, 바로 '가난한 하느님'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가난은 인간을 비인간화시키고 격하시키는 가난이 아니고, 자연과 우리들 자신, 또한 서로를 거슬린 공동체적인 죄의 결과로써의 가난도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가난'입니다. 하느님이 가난하다는 사실은 명백하게 알려져야 합니다. 하느님은 있는 자체이시나 아무 것도 갖지 않았습니다. 갖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떠한 소유물도 필요로 하거나 원하지 않았습니다. 만일 하느님이 가난하지 않았다면, 말씀으로써 우리에게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어야 하는 예수님이 어떻게 가난할 수 있겠습니까? - 김수환 추기경의 잠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