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말과 거짓말
김수환 추기경을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고 계신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어느 날 궁금증이 일어,
추기경께서 몇 개 국어를 하시는지
식당에서 여쭈어 본 적이 있습니다.
추기경께서
'당신은 두개의 언어를 잘하는데,
그 말이 무엇인지 맞추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고 있던 국장 신부들이
저마다 추론하여 대답을 했습니다.
어느 신부는
'추기경님께서 독일에서 유학을 하셨으니
독일어를 잘하실 것이고, 일제 강점기를 사셨으니
일본어를 잘하실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추기경께서는
'아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다른 신부가
'추기경님이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자주 뵈었으니 영어와 독일어가 아니겠느냐'고
추론하였지만 추기경은 '아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스무고개를 하듯이
'영어와 일어', '독일어와 우리말',
심지어는 라틴어를 소신학교 때부터 배우셨으니
'라틴어와 우리말'이라고 까지 하였는데
'전부 틀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더 이상의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없을 것 같아서
'도대체 잘하시는 말이 무엇이냐'고
다시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추기경은 웃으시면서
'나는 두 가지 말을 잘하는데 그게 뭐냐면
하나는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참말이야'라고
대답했습니다.
모두가 공감하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명답이었습니다.
사람 누구나가 참말과 거짓말을 하고
살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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