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오늘의 말씀과 묵상 / 연중 제20주간 수요일(8/17)

문성식 2011. 8. 17. 08:33




연중 제20주간 수요일(8/17)






    말씀의 초대
    요탐은 아비멜렉이 임금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에게 우화적 표현으로 연설한다. 우화를 통해 요탐은 왕정 제도가 쓸데없음을 전하며 격렬하게 비판한 다음, 자기 형 아비멜렉을 피하여 브에르로 도망간다(제1독서). 하늘 나라는 부르심을 받은 시각이 아니라 부르심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이른 아침에 부르심을 받은 사람도, 오후 다섯 시에 부르심을 받은 사람도 다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주님께서는 어느 때이든 부르심에 응답하는 그 자체를 소중히 보신다(복음).
    제1독서
    <주님께서 여러분의 임금이신데도, “임금이 우리를 다스려야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였소(1사무 12,12).> ▥ 판관기의 말씀입니다. 9,6-15 그 무렵 스켐의 모든 지주와 벳 밀로의 온 주민이 모여, 스켐에 있는 기념 기둥 곁 참나무 아래로 가서 아비멜렉을 임금으로 세웠다. 사람들이 이 소식을 요탐에게 전하자, 그는 그리짐 산 꼭대기에 가 서서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스켐의 지주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그래야 하느님께서도 그대들의 말을 들어 주실 것이오. 기름을 부어 자기들의 임금을 세우려고 나무들이 길을 나섰다네. ‘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고 올리브 나무에게 말하였네. 올리브 나무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네. ‘신들과 사람들을 영광스럽게 하는 이 풍성한 기름을 포기하고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리란 말인가?’ 그래서 그들은 무화과나무에게 ‘그대가 와서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였네. 무화과나무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네. ‘이 달콤한 것, 이 맛있는 과일을 포기하고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리란 말인가?’ 그래서 그들은 포도나무에게 ‘ 그대가 와서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였네. 포도나무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네. ‘ 신들과 사람들을 흥겹게 해 주는 이 포도주를 포기하고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리란 말인가?’ 그래서 모든 나무가 가시나무에게 ‘ 그대가 와서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였네. 가시나무가 다른 나무들에게 대답하였네. ‘너희가 진실로 나에게 기름을 부어 나를 너희 임금으로 세우려 한다면 와서 내 그늘 아래에 몸을 피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이 가시나무에서 불이 터져 나가 레바논의 향백나무들을 삼켜 버리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0,1-1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 그는 일꾼들과 하루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고 그들을 자기 포도밭으로 보냈다. 그가 또 아홉 시쯤에 나가 보니 다른 이들이 하는 일 없이 장터에 서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정당한 삯을 주겠소.’ 하고 말하자, 그들이 갔다. 그는 다시 열두 시와 오후 세 시쯤에도 나가서 그와 같이 하였다. 그리고 오후 다섯 시쯤에도 나가 보니 또 다른 이들이 서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은 왜 온종일 하는 일 없이 여기 서 있소?’ 하고 물으니, 그들이 ‘아무도 우리를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는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하고 말하였다. 저녁때가 되자 포도밭 주인은 자기 관리인에게 말하였다. ‘일꾼들을 불러 맨 나중에 온 이들부터 시작하여 맨 먼저 온 이들에게까지 품삯을 내주시오.’ 그리하여 오후 다섯 시쯤부터 일한 이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 받았다. 그래서 맨 먼저 온 이들은 차례가 되자 자기들은 더 받으려니 생각하였는데,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만 받았다. 그것을 받아 들고 그들은 밭 임자에게 투덜거리면서,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말하였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피정 강의에 초대받아 이해인 수녀님이 계시는 수도원에 머문 적이 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은 누구나 한번쯤은 수녀님 글을 읽거나 들어 보았을 정도로 교회 안팎으로 잘 알려진 시인입니다. 그날은 수녀님이 경비실에서 안내를 보는 소임을 맡은 날이었습니다. 오전 내내 경비실을 지키며 몇 편의 시를 쓰셨다며 행복해하셨습니다. 우리는 수도자들도 그가 가진 유명세나 능력만큼 특별한 대접이나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수도원의 아름다움은 누구나 한 데나리온을 받는다는 데 있습니다. 교회를 위해서 한 일이 크든 작든, 수도 생활을 오래 했든 짧게 했든, 하는 일이 어렵든 쉽든, 똑같이 한 데나리온씩 받습니다. 이것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아침부터 일한 사람에게나 저녁에 온 사람에게나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지급하시는 ‘예수님의 셈법’입니다. 주님의 일을 하면서 남과 비교하고 불평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주님의 일은 남들보다 얼마나 더 열심히 했고 더 많은 성과를 냈느냐의 문제가 아니며, 오로지 주님과 맺은 관계 안에서 자신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눈에는 세상에 큰 업적을 남긴 것처럼 보일지라도 주님 앞에서는 가장 초라할 수 있고, 인간의 눈에는 가장 보잘 것없는 일을 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주님 앞에서는 어느 무엇보다도 큰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봉사하는 마음은 무엇보다도 한 데나리온에 감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이상으로 자신이 한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주님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한 것이 됩니다.
 
-출처 매일 미사-
저녁노을(모니카)
♬ 내려놓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