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관 약해지는 여름, ‘잘’ 먹어야 건강
찜통 무더위 속 내 몸은
날씨가 더워지면 열이 몸속에 쌓여 숨이 차고 답답하며 갈증을 느끼게 된다. 신체 내외부의 열로 인해 체온 조절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두통, 현기증 등이 유발되고 쉽게 무력감을 느낄 수 있으며 수분 및 염분의 손실이 커지게 된다. 비장, 위장에 열이 쌓여 소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복통, 설사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식욕이 감퇴하고 체내 저항력이 떨어지는 이때는 영양 관리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분, 염분, 비타민을 충분히 공급하고 소화가 쉬운 식품과 제철 과일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또, 철저한 위생 관리로 식중독과 같은 사고를 예방하도록 한다.
자나 깨나 배탈 조심
여름철에는 더위 때문에 찬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데다 음식이 금세 상하기 때문에 위와 장에 부담을 줘 소화불량 및 복통을 일으키기 쉽다. 따라서 날씨가 아무리 덥더라도 아이스크림, 얼음물, 차가운 맥주 등을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배탈로 인해 복부 통증이 계속되거나 설사를 한다면 우선 핫팩이나 뜨거운 물을 담은 페트병 등을 복부에 대 배를 따뜻하게 해주면 도움이 된다. 이때 손으로 복부를 쓰다듬어주면서 따뜻한 물이나 건강차를 마셔 비위를 달래도록 한다. 설사가 심하다면 이온음료 등을 마셔 탈수를 예방할 것.
또 복부뿐 아니라 등 쪽도 풀어주고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소화기를 감싸고 있는 복부와 배부의 근육이 함께 소화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척추의 양측 방향을 따라 천천히 지압하면서 특히 많이 아프고 뭉친 곳을 충분히 눌러 풀어주도록 한다.
여름철 잦은 배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배를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기운의 순환이 원활하도록 시계 방향으로 자주 쓰다듬어주는 것이 좋다. 매일 아침 20분 정도의 달리기도 신체 장기를 자극하고 위장을 튼튼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족욕이나 발바닥 지압 또한 소화기 운동을 원활히 하고 면역력을 높여 배탈 예방에 효과적이다. 숨을 들이쉴 때 배를 내밀고 내쉴 때 집어넣는 복식호흡 또한 좋은 예방법 중 하나다.
지나친 보양식 사랑은 금물
여름에는 휴가나 여행 등으로 환경이 바뀌고 평소 접하지 않던 음식을 먹는 경우가 빈번해 변비가 생기는 이들도 많다. 따라서 수시로 물을 마셔 대장의 수분 저장 능력을 돕도록 한다. 아침마다 하단전(배꼽 밑으로 한 손바닥 아래 지점)을 두드리거나 손바닥으로 배 전체를 시계 방향으로 문질러주면 배변 활동에 도움이 된다. 흰쌀보다는 현미, 보리, 수수, 콩 등 잡곡을 섭취하도록 하고 과일과 채소는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덧붙이자면 튀긴 음식을 각별히 주의하도록 한다. 보통 기름에 튀긴 음식은 상대적으로 쉽게 상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오히려 기름의 산패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튀긴 음식은 소화가 어려워 무더위로 약해진 위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하고 떨어진 입맛을 살리고자 찾게 되는 것이 바로 보양식. 하지만 지나친 보양식 사랑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약’이라고 생각하고 먹었던 보양식이 우리 몸에 ‘독’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체질과 건강상태에 맞춰 적절히 섭취해야 한다. 보양식은 대체로 고단백, 고지방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지방 함유량이 낮은 종류로 골라 먹는 것이 좋다. 평소 혈압이 높은 편이라면 보신탕, 삼계탕 등의 국물은 피한다.
여름철 수분 공급에 으뜸, 올바른 과일 섭취법
여름 과일의 효능
땀으로 인한 수분 손실이 많아지는 여름에는 제철 과일로 수분을 보충하고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좋다. 농촌진흥청 식품성분표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수박, 참외, 포도의 100g당 수분 함량은 각각 93, 92, 84g이다. 또 칼륨(K) 함유량이 높아 더위로 인해 지친 몸에 활력을 준다. 칼륨은 미네랄의 일종으로 혈액 속 나트륨을 배출시켜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 혈압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여름 과일 중에서도 포도는 특히 구연산과 세포 내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만성피로에 효과적이다. 또, 참외에 함유된 쿠쿠르비타신 성분은 암세포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 바 있으며, 비타민 C가 풍부하고 간 해독 기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몸속 독소를 배출하고 열을 내리는 데는 수박이 으뜸이다. 수박은 90~95% 정도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다 포도당과 같은 단순 당 형태가 대부분이라 몸에 쉽게 흡수된다는 장점이 있다.
살균작용이 뛰어난 매실은 여름철 식중독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음식을 잘못 먹어 배탈이 나거나 설사를 한다면 매실을 섭취할 것. 매실의 신맛은 갈증을 해소하고 살균작용을 하는 것은 물론 위장, 십이지장의 소화액 분비를 자극해 소화력을 높인다. 매실에 들어 있는 구연산은 젖산을 분해시켜 피로물질을 없애고 체력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을 해 더위에 지치고 피로한 신체 활동력을 높이기도 한다.
질환이 있다면 골라 먹을 것
여름 과일이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하더라도 당뇨, 고중성지방혈증, 지방간, 비만 환자의 경우에는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장 질환이 있다면 수박이나 참외 등 칼륨 함량이 많은 과일을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 보통 칼륨을 과다 섭취했을 때 이를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 신장인데 이 기능이 약하다면 칼륨 배출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해 근육마비,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당 지수가 높은 포도는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당뇨 환자가 아니더라도 포도를 지나치게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선을 유지할 것.
대체로 찬 성질을 갖고 있는 여름 과일은 장을 자극해 장운동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평소 소화 기능이 약하거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을 앓고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이런 경우 배앓이 가능성이 적은 복숭아를 먹는 것이 부담이 적다.
참외 등에 있는 씨앗에는 장을 자극하는 물질이 있으므로 설사가 있거나 장이 약한 경우에는 씨앗을 제거하고 먹도록 한다. 액티니딘이라 불리는 단백질 분해 효소를 함유한 키위는 개인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니 조심할 것. 키위 외에도 살구, 바나나, 복숭아, 자두 등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과일을 먹고 나서 입술과 혀 혹은 얼굴이 부어오른다거나 구토 증상과 함께 배가 아프다면 즉시 치료를 받고 다음부터는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여름 가장 흔한 질병, 식중독 주의보
설사와 구토 계속되면 의심
누구나 한 번쯤은 여름철에 상한 음식을 먹고 문턱이 닳도록 화장실을 들락거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그만큼 흔하게 발생하는 질병이 바로 식중독(수인성 식품매개질환)이다. 식품의 섭취로 인한 식중독은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 혹은 유독 물질에 의해 발생하는데 원인 물질에 따라 잠복기와 정도가 다소 다르게 나타나지만 대체로 구토,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인다. 혈변, 수포 등이 생기기도 하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음식물을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재료의 중심부 온도가 74℃인 상태에서 1분 이상 가열해 속까지 충분히 익힌다. 뜨거운 음식을 보관할 때는 60℃ 이상으로 보온하며, 찬 음식은 4℃ 이하로 냉장 관리한다. 4~60℃는 식중독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위험 온도 구간이므로 음식물 보관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식재료는 항상 청결하게 보관하고 물도 반드시 끓여 먹을 것.
신선한 재료로 충분히 익혀먹기
야외에서 높은 기온에 오랫동안 노출된 음식은 무조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보통 냉장고에 넣어뒀던 음식은 안전하다고 생각해 오랜 기간 방치해두는 경우가 많은데, 냉장고에서도 세균이 번식하므로 가능한 한 그때그때 필요한 재료를 구입해 요리하고 수시로 냉장고 속 재료를 정리한다. 또, 샐러드 등에 들어가는 채소류는 깨끗한 물로 잘 씻어 요리하고 육류나 어패류 등을 취급한 칼과 도마의 교차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분해서 사용한다.
휴가나 여행을 떠날 때는 자동차 트렁크나 내부에 음식을 보관하지 말고 반드시 아이스박스 등을 이용해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불확실한 식품, 상온에 일정 기간 방치했던 식품은 과감히 버린다. 또 장마철에는 많은 강우량으로 하수나 하천 등이 범람해 채소류, 지하수 등이 병원성 대장균과 같은 식중독균과 노로바이러스 등에 오염될 수 있으므로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발열과 함께 복통이 나타나거나 주변에 같은 음식을 먹고 동일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빨리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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