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 성

자연주의 섹스족

문성식 2011. 7. 24. 20:40
별빛에 드러난 그녀의 나신, 우린 태초의 사랑을 나눠요"
강변·산골 폐교 등서 짜릿하고 은밀한 사랑
자연과 하나되는 색다른 섹스로 권태기 극복
 


 

2005년 섹티즌들을 가장 흥분시킬 대상으로 ‘자연주의 섹스’가 떠오르고 있다. 한동안 우리 사회는 ‘스와핑족’의 등장으로 홍역을 앓아야 했다. 각자의 파트너를 바꾸는 비정상적인 집단 섹스 문화인 스와핑은 서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 뒤 국내에 유입되어 큰 충격을 던진 바 있다.
 
물론 스와핑이 갖는 태생적인 한계는 자신의 파트너를 남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데 있다. 성적 소유욕이 강하고 유교적인 뿌리가 깊은 우리 사회에서는 분명 그 한계가 분명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실제 스와핑 그룹이 경찰에 적발된 바 있고 그들의 집단 섹스 현장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분명한 사실은 그토록 새로운 섹스를 갈망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는 사실이다. ‘자연주의 섹스’를 언급하기 앞서 ‘스와핑’을 언급하는 것은 최근 들어 이들도 그들만의 그룹을 만들어 집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강가에서의 격렬한 정사 잊지 못해"

“그날 밤 강가에서의 격렬한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주변에 인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최대한 소리를 죽여야 했습니다. 심지어 숨소리조차. 그리고 들려오는 주변의 자그마한 소리들, 그렇게 자연과 하나가 되어 우리는 태초의 사랑을 나눴습니다.”
 
경기도 어느 한적한 강가에서 여자 친구와 ‘자연주의 섹스’를 경험한 20대 남성이 남긴 체험담의 일부다. 모 성인사이트 게시판에 오른 이 체험담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들어 종종 게시판에서 접할 수 있는 이런 자연주의 섹스 체험담은 매번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또 하나의 인기 체험담은 공포의 대상인 폐교를 사랑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글이다. 지인의 소개로 강원도 소재의 한 폐교를 알게 됐다는 30대 중반의 이 남성은 “무서웠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물론 처음에는 공포감이 엄습했지요. 하지만 그런 공포감은 어느 순간 짜릿한 흥분으로 변했습니다. 조금 지저분할 것이라 생각돼 담요를 준비했는데 예상외로 깨끗하더군요”라고 했다.
 
여기서 흥미를 느끼게 된 부분은 그런 이색 장소를 소개해 주는 곳이 있다는 것. 실제로 몇몇 포털 사이트와 성인 사이트의 동호회를 검색해 본 결과, 예상외로 이런 성향의 동호회가 상당수임을 알게 됐다. 하지만 가입은 쉽지 않았다. 가입 신청시 ‘누드 모임에 응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등 그 과정이 까다로운 데다 준회원에서 정회원으로의 등급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 만큼 폐쇄적인 모임이라는 얘기다.
 
결국 ‘취재를 위한 의도적 회원 가입’을 포기하고 취재 사실을 밝힌 뒤 공개적으로 접근했다. 몇몇 동호회 운영진에게 취재 협조 e메일을 보낸 뒤 기다리기를 며칠, 그중 한 명이 답신을 보내왔다. 만남까지 시도해 진솔한 얘기를 듣고 싶었지만 상대방의 거절로 e메일을 통한 지면 인터뷰가 이뤄졌다.
 
동호회 통한 은밀한 만남 확산

30대 후반인 김지현씨(가명ㆍ남ㆍ37)는 권태기 부부들의 고민을 나누는 동호회에 가입했다가, 그 곳에서 자연주의 섹스를 접하게 됐다고 했다. “권태기에 접어 든 부부들에게는 어떤 자극이 필요하고 그 동호회에는 희한한 방법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이 가운데 이색지대에서 즐기는 섹스를 예찬하는 분을 메신저로 만났는데 알고 보니 대학생이더라고요. 그런데 녀석의 제안이 나쁘지 않았어요. 자기가 자취하는 옥탑방을 빌려주겠다는 거예요. 일종의 아르바이트인 셈인데 자신의 옥탑방을 빌려 주고 어느 정도의 임대료를 받더라고요. 주변에 고층 건물이 없어 누가 엿볼 수 없는 위치인지라 저는 집사람과 그 곳 평상에서 밤하늘을 안은 채 최고의 추억을 만들었지요.”
 
짜릿한 경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취방을 빌려준 대학생의 소개로 이 동호회에 가입해 지금은 운영자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대략 몇 곳을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경기도 인근의 몇몇 저수지 부근, 전국 일대의 폐교와 비교적 깨끗한 폐가, 그리고 서울 근교로는 수락산 인근을 손꼽았다. 100% ‘자연주의 섹스’라 할 수는 없지만 천장에 유리창이 있어 밤하늘이 보이는 숙박업소 몇 곳도 인기라고 했다. 요즘 강남 일대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 모텔의 경우 가장 위층 방의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다. 테헤란로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이와 밤을 보내는 기분이 일품이지만, 그다지 별이 보이지 않는 게 단점이라고 한다.
 
가끔은 MT를 떠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강원도의 한 펜션을 빌려서 다섯 쌍의 회원이 함께 떠났어요. 뭐 일반적인 MT와 다를 바 없어요. 하지만 밤이 된 뒤 시간을 정해 옥상으로 올라갔지요. 정말 최고였어요. 밤하늘 가득히 별들이 쏟아지는데 정말 환상적인 밤이었어요.”
 
김씨가 가장 우려한 부분은 자신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세인들이 눈길이다. 물론 정상적인 성행위는 아니지만 이상한 눈길로 바라볼 만큼 이상한 행동은 아니라는 주장이다.“어느 정도 결혼 생활이 지속된 부부에게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수시로 찾아오는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 해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계기를 찾아나서는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자연주의 섹스’를 즐기는 이들이 대부분 부부들은 아니다. 김씨의 동호회처럼 모임을 이룬 이들은 대부분 결혼한 30대~40대 위주이지만 개인적으로 즐기는 이들은 대부분 20대 연인들이다.
 
자연주의 '웰빙섹스' 시대

자연주의 섹스를 즐기는 이들이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전문적인 업체까지 등장했다. 몇몇 성인 사이트에서 개최한 ‘이색 지대에서 즐기는 섹스 이벤트’가 큰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상품을 내놓는 이벤트 업체가 나타난 것. 김씨 역시 비슷한 성격의 동호회 가운데 몇 군데가 온라인 업체로 변모해 인기 장소 여러 곳을 상품화하려 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설명한다. 상업성이 결부되면서 자연주의 섹스도 더 이상 남몰래 즐기는 짜릿함을 선사하는 모험의 성격에서 이탈해 왜곡될 수 있어 안타깝다는 게 김씨의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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