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지혜,상식

311만명 '준비 안된 은퇴' 시작

문성식 2011. 5. 27. 20:25

창간 90주년 연중기획
"집 한 채에 국민연금뿐"
1955~1963년생 직장인들 문제 현실로

1955년생 양띠인 서울 광성고 58회 졸업생 300명은 1971년 고교에 입학했다. 산업화의 초입, 아직 가난하던 시절이었다. 초등학교 때 100명이 넘는 과밀 학급에서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며 사회에 진출한 광성고 58회는 고도성장의 한복판을 달려온 '질주(疾走)의 세대'이자 산업화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올해 55세를 맞은 이들에겐 '준비 안 된 은퇴'라는 새로운 현실이 닥쳐오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17일 저녁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S음식점. 광성고 58회 동창 30여명이 모인 송년회는 건강과 자녀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그러나 누구의 입에선가 은퇴 얘기가 나오면서 썰렁하게 가라앉았다.

"이렇게 팔팔한 나이에 은퇴하라고? 노후 준비는 생각도 못했는데….(공기업 기술직 A씨)"

참석자들은 대부분 괜찮은 직장과 평균 이상 소득을 벌고 있지만 은퇴는 모두의 가슴을 답답하게 짓누르고 있었다. 보험설계사 B씨는 "자식들 출가시켜야지, 부모님 모셔야지,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은퇴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올해는 전후(戰後) 베이비붐 세대가 대규모 은퇴를 시작하는 원년(元年)이다. 베이비붐 세대란 한국전쟁 종전 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 도입 직전인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전체 인구의 14.6%인 712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 집단이다. 워낙 비중이 크다 보니 교육·취업·소비·내집 마련 등 지나온 자리마다 다양한 사회현상들이 발생했고, 이 중 가장 빠른 1955년생이 올해 만 55세를 맞아 정년이 빠른 대기업부터 집단 퇴직을 시작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부터 9년에 걸쳐 베이비붐 세대 취업자 532만명 중 자영업자 등을 제외한 임금 근로자 311만명이 은퇴할 것으로 추정했다. 해마다 30만~4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대열에 합류한다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 상당수는 IMF사태 등을 겪으며 이미 노동시장에서 퇴직한 사람이 많다. 그래도 일자리 현장에 남아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을 맞아 1년에 수십만명씩 은퇴하면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서울대 한경혜 교수는 말했다.

이들의 은퇴 러시는 이미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에 진입한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노령층 실업→내수시장 위축→사회보장 비용 증가→재정 악화→경제 활력 위축으로 이어지는 '연쇄축소의 악순환'을 경고한다. 우리보다 3년 앞서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시작된 일본은 이미 혹독한 대량 은퇴 후유증을 겪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온 이들 세대는 노후 준비도 제대로 못했다. 광성고 58회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자기 집 외에 평균 금융자산 5000만원을 가진 것이 전부였다. 제2의 직업이나 은퇴 후 인생 설계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돼있지 못했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올해부터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은 '2010년 쇼크'로 불린다. 조선일보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의 실상을 추적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연중 기획의 긴 여정(旅程)을 시작한다.

노년을 행복하게, 생활지침서

  노년기에는 쉽게 상실감, 자기 정체성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노년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방법들을 알아본다.

 

노년기, 우울증과 자기연민에 빠지기 쉬워

 

가정에서 나이가 들수록 여성들은 독립적이며 능동적으로 변해간다. 여성의 경우는 감성적이고,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주위에 자기편이 되어 줄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반면 일 밖에 몰랐던 남편들은 퇴직과 함께 갑자기 무력한 존재가 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내가 돌봐주지 않으면 자기 속옷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가 되고,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있다.

 

경제력 상실과 함께 가족이 바라보는 눈이 사뭇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여전히 가족 위에 군림하려는 경우가 많아 노년기 갈등이 심해진다. 정년 이후의 소외감, 분노 등을 부인에게 쏟아냄으로써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 경우가 생겨나는 것이다.

 

노년준비 1 - 부부간 대화를 하자

 

자녀가 독립하고 부부만 남겨지게 되면 평생 함께 살아왔던 타인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주기에서 보면, 자식이 떠난 빈 둥지에 남겨진 두 사람만의 노년은 신혼기와 비슷하다. 신혼기는 서로 개성이 다른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는 시기였다고 볼 수 있고, 노년기도 마찬가지지만 오랜 시간 가정에서 또는 직장에서 서로 다른 생활을 해오다보니 이미 멀어져 버린 경우가 많다. 또한 신혼기는 애정으로 넘쳤지만, 노년기에는 살아오면서 실망하고 힘들었던 점이나 원망 등이 쌓여 부정적인 감정을 갖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부부생활에서 일어나는 갈등, 불만 등은 가슴 속에 쌓아두지 말아야 한다. 대화를 많이 하는 부부라면 노년준비를 절반은 한 셈이다.

 

노년준비 2 - 새로운 친구를 사귀자

 

은퇴를 하고 사회활동의 폭이 줄어드는 노년기에 들어설수록 친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친구들의 부고가 들려올 때마다 의기소침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늘 같은 사람과 어울리게 되면 편협해지기 쉽고, 결국 혼자만 남겨질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이 필요하다. 종교적인 만남, 동호회를 통한 만남, 동창모임 등을 통해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생활에 생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노년준비 3 - 자기다움을 찾자

 

사람을 사귀려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사회적인 역할, 가족 내에서의 역할 등을 모두 벗어버리고 나면 내면적인 자아가 남는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이 둘을 일치시키려고 한다. 자신이 사회에서 대접 받는 것은 자신의 인격이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정년퇴직을 하거나 지위가 낮아질 때 큰 자아상실을 겪게 된다. 따라서 먼저 자기다움을 찾아야 한다. 타인이 정한 가치가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살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노년준비 4 - 취미생활, 봉사활동에 참여하자

 

취미생활이나 지역 봉사활동에 참여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곳에서는 자연인으로서의 매력이 평가를 받는다. 모임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이나 생활의 지혜, 타인에 대한 배려 등 그 사람 본래의 장점들이 주목받고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자원봉사는 노년기 삶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자원봉사를 통해 퇴직이나 배우자 상실, 자녀의 독립 등 노년기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를 하면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기술도 습득하게 된다.

 

시간 가는 것을 잊게 할 정도로 즐거우면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유익한 활동은 바로 취미활동이다. 나이가 들면서 취미생활을 즐긴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년기에 취미를 즐기려면 지금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삼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노년준비 5 - 유언장을 쓰자

 

죽음을 생각해 본다는 것은 삶의 점검이 되고 삶을 충실히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대답은 어떻게 잘 살 것인가로 귀착된다. 죽음에 대해 준비하고 유언장을 써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며, 삶의 속도를 늦추고 미루었던 일을 시작하게 된다고 한다. 죽음이란 마지막 나눔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퇴직 후 막연히 죽음을 기다리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노년이 아니라 이 때부터 진정한 인생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라.

2010년 자료임

 

/산재의료관리원 창원병원 정신과 박소영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