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인 관계, 건강 보탬 "부부간 소통 수단 삼아야"
#1.
결혼 5년차인 최윤정(30)씨는 남편과의 잠자리 기억이 까마득하다. 그는 결혼 3개월 만에 아이를 가졌다. '한창 때'에 잠자리를 중단했고, 출산 뒤에는 아이를 돌보느라 남편과 각방을 써서 그런지 지금껏 잠자리 횟수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최씨는 "오랜 기간 잠자리를 안 했어도 금실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며 주변에 자신과 같은 부부들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2.
박경민(42)씨는 직장 스트레스가 심하다. 평일에 야근이 잦은데다,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보니 부부관계가 귀찮을 때가 많다. 박씨는 "회삿일에 시달리다보니, 귀가 뒤엔 무조건 쉬고 싶다"며 "아내가 싫은 건 아닌데, 잠자리가 뜸해서 그런지 아내와 관계를 가져도 별 감흥이 없다"고 말했다.
■ 젊은 '섹스리스 부부' 흔해 부부 사이인데도 성생활을 하지 않는 '섹스리스 부부'가 늘고 있다. '섹스리스'란 한집에 사는 부부가 특별한 이유 없이 최근 2개월간 월 1회 미만의 성관계를 가졌거나 그런 경우가 자주 생길 때를 말한다.
20~40대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도 섹스리스 부부가 적잖다. 한국성과학연구소는 "우리나라 20~40대 부부 10쌍 가운데 3쌍이 섹스리스"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맞벌이와 직장 스트레스 증가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원인이야 어쨌든 합법적인 섹스 파트너인 부부가 오랜 기간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았다면 뭔가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다. 김세웅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섹스에 대한 불만이 클수록 결혼생활 자체에 대한 불만도 크다"며 "섹스 불만은 부부관계 악화를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말못할 고민' 확인해보세요
1. 뚜렷한 이유 없이 한달 이상 섹스가 없다.
2. 섹스에 대한 욕구가 거의 없다.
3. 횟수가 줄어도 개의치 않는다.
4. 섹스가 귀찮고 번거롭다.
5. 사랑에 섹스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다.
6. 배우자와의 결혼을 가끔 후회한다.
7.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섹스를 꿈꾼다.
8. 배우자에게서 성적 매력을 거의 못 느낀다.
9. 자위행위가 더 편하다.
* 5개 이상 동의하면 '섹스리스' 적신호.
■'섹스리스' 원인부터 찾아야!
연애나 결혼 초기의 설레임이 사라지는 대신 배우자에 대한 실망, 배신감, 증오, 공포, 폭력, 부정적 대화법 등으로 불만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섹스리스 부부가 된다. 이럴 땐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스스로 '자신의 성적 취향이나 느낌, 표현 등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있는가'도 짚어봐야 한다.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원장은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성적 불만, 성감대 등을 확실히 밝혀야 오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섹스리스의 원인은 성관계의 불만족 또는 '성적' 차이에서 오기도 한다. 이병주 플라워산부인과 원장은 "배우자의 반응에 따라 '잘했구나' 혹은 '못했구나'를 먼저 생각하다보면 자신의 성적 반응은 억제되고 의무적·기계적인 성생활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이럴 땐 연애나 신혼 때의 감정을 돌이켜보거나, 과거 데이트 코스를 순례함으로서 사랑의 불씨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
남성이라면 사정하는데만 급급해서는 안된다. 여성이라면 자신을 가꾸는 일과 더불어 적극적인 잠자리를 주저할 필요가 없다. 건강상의 이유로 잠자리가 뜸해진 경우라면 항문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케겔운동'을 포함한 골반과 허리 단련 운동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박씨처럼 부인에 대한 애정과 상관 없이, 섹스를 기피할 정도로 육체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한에 이르렀을 땐 과감하게 성관계를 중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가 오히려 긴장감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최씨처럼 출산 뒤 잠자리에 대한 욕구가 현저히 줄었을 경우는 스스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성본능이 성욕을 압도하는 단계로 볼 수 있는데, 이때는 아이에 쏟는 관심과 애정의 일부를 남편에게도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아내가 아이한테만 집중하는 사이 남편은 깊은 상실감에 빠질 수 있다. 아이를 핑계로 각방을 쓰는 것도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배우자의 손끝이 닿는 것조차도 싫은 상태에 도달했다면, '섹스'가 해결책이 아니다. 서로 마음을 열고, 상대방에게 쌓였던 불만과 현재의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는, 마음의 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 부부 간 섹스는 건강에도 좋아
부부의 섹스는 단순한 성관계가 아니다. 성욕 해소를 넘어선 대화와 소통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김경희 미즈러브여성비뇨기과 원장은 "부부는 섹스를 통해 관계가 견고하게 만들고, 마음의 위안을 줘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부부는 섹스를 통해 애정을 확인하는 동시에 용서와 화해의 기회도 갖는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부부가 함께 살다보면 갈등과 불만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윤수 명동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원장은 "불만이 쌓여 분노와 적개심으로 변하면 부부관계에 큰 위기가 온다"며 "심각한 위기 상태가 되기 전이라면 섹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부의 섹스는 관계 개선 외에도 신체적·정서적 건강에도 이롭다. 수명을 연장하고, 면역력을 높이며, 전립선 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엔드로핀을 분비해 우울증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심장마비·뇌졸중·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체중 감량의 효과도 탁월하다.
'행복'을 위한 적절한 잠자리 횟수는? 대개 주 1~2회꼴로 본다. 하지만 부부가 서로 만족해하고,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김세웅 교수는 "부부가 서로 만족하는 섹스의 횟수가 적정 횟수"라고 조언했다. 중요한 건 횟수가 아니라 정기적이냐 아니냐의 여부다.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 생활을 꿈꾼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키스조차 서먹한 사이라면 '하루 한번 키스'부터 실천하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건강한 부부 성생활 이렇게 만만히 보다간 '성욕 몰수' 부부 '작업의 정석'은 예절
부부관계에서 성생활은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성생활이 부부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90%에 이른다고 말한다. '섹스'가 부부 금실을 확인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부부의 성관계는 대체로 결혼기간이 길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첫 관계 때의 설레임은 어느새 사라지고, 너무 익숙해져 더는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부부 성생활에서도 '예절'이 필요하다.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언제나' '함부로' 혹은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부부 사이의 섹스를 달콤한 기억으로 간직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앞서 깔려야 한다. 배우자를 인정하고, 기분과 감정을 이해한다면 섹스의 만족도뿐만 아니라 애정도 깊어진다. 이은주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섹스에 관심은 많지만 기술과 예절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청결은 부부 성생활 예절의 기본이다. 성관계 전 샤워와 이닦기, 머리감기 등인데, 부부 사이에서는 무시되기 쉽다. '뭐, 어때?' '알만큼 다 아는데!'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청결하지 않은 상태는 배우자로 하여금 섹스를 꺼리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요즘엔 애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여서 손과 발, 손톱·발톱의 청결이 중요해졌다. 손톱이 길지 않아야 상처와 감염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결혼기간이 긴 부부일수록 급하게 성관계를 마무리하는 경향이 있다. 성관계를 끝낸 뒤 곧바로 등을 돌려 눕거나 곧바로 화장실로 뛰어가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배우자가 "이 사람이 정말 날 사랑하는 것인가?" "내가 성적 도구밖에 안 되나?" 하는 자괴감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전희 못지 않게 후희도 중요하다. 이윤수 원장은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성관계의 여운을 오래 지속하고 싶어한다"며 "'사랑해' 하고 살포시 안아주거나 가벼운 입맞춤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한층 좋게 만들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부 성생활 예절에는 성과 관련한 대화를 터놓고 나누고, 상대방에게 이성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병주 원장은 "만족스러운 성생활은 두 사람의 노력과 헌신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대화와 학습을 통해 부부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김세웅 교수는 "배우자에게 남성, 여성으로서의 성적 매력을 잃지 않도록 가꾸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성들이 20~30대 때 자위를 많이 하면 나중에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노팅엄대 연구팀은 전립선암에 걸린 60대 남성을 포함, 8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젊을 때 1주일에 2~7회 자위를 한 그룹은 한 달에 1회 이하로 한 그룹에 비해 60대 때 전립선암이 생길 위험이 79%나 더 높았다고 《영국 국제비뇨기학회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자위를 많이 하면 남성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며, 증가한 남성호르몬 수치가 전립선암의 위험을 높인 것으로 풀이했다.
20~30대와 달리 50대 때에는 자위나 성관계 등으로 사정을 자주 하는 것이 전립선암 위험을 오히려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에 1회 이상 자위를 한 50대 남성은 자위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전립선암이 생길 위험이 70% 더 낮았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사정으로 전립선 액이 배출될 때 암을 일으키는 물질까지 함께 배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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