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란 10구는 가격이 만 원 내외로, 5000원 내외인 무정란 10구보다 비싼 편이다. 비싸니까 몸에도 더 좋을 것 같다. 무정란보다 더 자연 친화적인 느낌도 든다. 유정란이 정말 무정란보다 뛰어날까?
유정란에선 병아리가 태어날 수 있지만, 무정란은 아니다. 닭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교배를 거친 후에 산란하는 유정란과 달리, 무정란은 정자와의 만남 없이 산란하기 때문이다. 정자와 난자가 세포 분열하는 최적온도인 37.7℃에 유정란을 약 21일 두면 병아리가 태어난다. 그러나 무정란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최적온도 조건에 두어도 부화하지 않는다.
유정란이 일종의 수정란인 만큼 무정란보다 영양소가 풍부할 것 같지만, 이는 오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유정란과 무정란의 영양학적 차이가 거의 없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미국 달걀위원회 역시 유정란과 무정란은 영양상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는 건 오히려 무정란 쪽이다.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소에서 무정란과 유정란을 냉장·실온상태에 보관하며 신선도 변화를 비교했더니, 두 조건 모두에서 무정란이 더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게 관찰됐다. 달걀 신선도를 나타내는 호우유니트(Haugh Unit)는 유정란이 저장 1일 차 80.0에서 19일 차 53.6으로, 무정란이 저장 1일 차 82.1에서 19일 차 60.5로 떨어졌다. 호우유니트 숫자가 클수록 신선하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무정란은 냉장보관 시 42일이 지나도 A등급을 유지했지만, 유정란은 같은 기간 B등급으로 품질이 떨어졌다.
이젠 ‘좋은 달걀’을 고를 때 유정란인지 따지지 않아도 된다. 국립축산과학원은 ▲표면이 깨끗하고 매끈하며, 반점이나 거친 흔적이 적은 달걀 ▲껍질에 금이 가지 않은 달걀 ▲달걀 포장재에 1+ 등급이 표시돼 있는 달걀을 고르길 권한다. 달걀을 깨트렸을 때 흰자위가 하얗고 탁하게 보인다면 신선하다는 뜻이다. 신선한 달걀 흰자위는 탄산가스가 많이 함유돼 희고 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