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를 많이 넣을수록 빨래는 더 깨끗하게 될 것만 같다. 그러나 과한 세제는 오히려 피부질환만 유발할 뿐이다.
세제량과 세척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세제는 물과 친한 부분인 친수기와 기름과 친한 부분인 친유기를 모두 가진 계면활성제다. 친수기 덕분에 물에 녹아 세탁물 곳곳에 흡수될 수 있다. 이후 기름때, 불순물 등에 친유기 부분을 딱 붙인 뒤 물속으로 떨어지게 만든다. 불순물이 붙은 친유기 부분은 안쪽으로, 친수성 부분은 바깥으로 가 미셀이라는 구를 만든 후 물속을 떠다니게 된다. 그러나 미셀은 계면활성제가 일정 농도에 이르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제에 쓰여 있는 정량까지는 세척 효과를 내지만, 그 이상 넣은 세제는 세척력을 높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히려 세제 성문이 옷에 남아 피부에 닿았을 때 화학적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 세제엔 계면활성제 외에도 인산트리나트륨, 차아염소산나트륨, 트리클로로에틸렌 등 수많은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인산트리나트륨은 강알칼리성 성분이라 고농도에 노출되면 폐렴까지 유발하며,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살충제 성분으로 사용되는 성분으로 화학적 화상을 초래할 수 있다. 트리크로로에틸렌은 얼룩 제거에 사용되는 물질인데, 발암성 등급 2A로 분류돼 있어 되도록 닿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성분들이 섬유 사이에 끼어 잔류하면 피부 세포를 자극하고, 피부 지질 성분을 파괴해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습진, 모낭염, 발진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 세탁한 옷을 입었는데 몸이 가볍거나 따렵다면 잔류세제가 남아있지 않은지 의심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세제 농도가 0.25% 넘으면 잔류 세제를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빨래 무게에 따른 표준 세제량만 넣어주는 게 가장 좋다. 걱정된다면 헹굼 단계에서 식초를 한 컵 넣어주는 것도 좋다. 산성인 식초가 알칼리성인 잔류 세제 성분을 섬유와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세재 재료로는 레몬, 베이킹소다 등이 있다. 베이킹소다는 찌든 때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셔츠 옷깃, 소매 등 때가 쉽게 타는 곳에 베이킹소다와 물을 조금 섞어 비빈 후, 15분 뒤 식초를 뿌려 거품을 내고 닦아내면 깨끗하게 때를 제거할 수 있다. 세탁 하기 어려운 스웨이드 소재에도 베이킹소다를 뿌려 칫솔로 살살 문지르면 세척효과를 볼 수 있다. 레몬껍질은 구연산 성분이 함유돼 있어 표백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껍질을 잘게 잘라 양말, 속옷과 함께 삶아주거나, 레몬껍질 달인 물에 빨랫감을 담구었다가 헹구면 표백, 살균, 탈취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