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살아 있는 사람은...- 법정 스님 -

문성식 2011. 2. 15. 10:31
">
    
     살아 있는 사람은...
    나는 이틀이든 사흘이든 집을 비우고 나올 때는
    휴지통을 늘 비워 버린다.
    거기에는 거창한 비밀이 있어서가 아니고 
    끄적거리다 남은 종이쪽이거나 휴지조각 같은 것들인데 
    일단 불에 태워 버리고 나온다.
    내가 집을 떠나왔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할 때
    남긴 물건들의 추한 꼴을 보이기 싫어서다.
    그래서 그때 그때 정리해 치운다.
    이제 곧 가을이고 조금 있으면 나무잎을 다 떨어뜨린다.
    계절의 변화를 보고 아~ 세상이 덧없구나. 벌써 가을이구나.
    어느덧 한해도 두 달밖에 안 남았네. 한탄하지 말라.
    우리 눈에 보이는 낙엽이나 열매들이 내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삶에 어떤 의미를 가져다 주고 있는가.
    비본질적인 것.
    불 필요한 것은 아깝지만 다 버려야 한다.
    그래야 홀가분해진다.
    나뭇잎을 떨어 뜨려야 내 년에 새 잎을 피울 수 있다.
    나무가 그대로 묵은 잎을 달고 있다면 새 잎도 피어나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매 순간 어떤 생각, 불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새로워지고 맑은 바람이 불어온다.
    그렇지 않으면 고정된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살아 있는 사람이다.
    맨날 그 사람, 똑같은 빛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
    어떤틀에 박혀 벗어날 줄 모르는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이라 할수 없다.
    낡은 것으로부터, 묵은 것으로부터, 
    비본질적인 것으로부터 거듭거듭 털어버리고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