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생(生)과 사(死)..- 법정 스님 -

문성식 2011. 2. 15. 10:24
    
     생(生)과 사(死)..
    향봉 노스님이 지난 5월31일 입적 하셨다.
    어제 오후 염을 하여 입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새삼스레 헤아리게 되었다.
    호흡이 멎고 혼이 나가버린 육신이란 한낱 나무토막만도
    못한다는 걸 거듭거듭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일 영결식을 치르고 다비(화장)를 한 뒤 습골(拾骨)하여 
    그 뼈마져 가루를 만들어 흩어버리고 나면,
    한 생애의 무게가 어떻다는 것을 
    우리는 또 텅빈 가슴으로 한 아름 안게 될 것이다.
    사람은 홀로 태어났다가 홀로 죽는다.
    다른 일이라면 남에게 대행시킬 수도 있지만,
    나고 죽는 일만은 그럴 수가 없다.
    오로지 혼자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 우리는 저마다 자기 몫의 삶에 그만큼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자기의 존재의 빛갈과 무게를 혼자서 감내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승들은 생과사를 따로보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살 때에는 삶에 철저하여 그 전체를 드러내고,
    죽을 때에도 또한 죽음에 철저하여 자기 존재를 통째로 드러낸다.
    그러니 사는 일이 곧 죽는 일이고, 죽는 일이 곧 사는 일이다.
    영원한 회귀(回歸)의 눈으로 보면 죽음 또한 삶의 한 과정일 뿐이다.
    죽는 사람은 어디로 가는가 ?
    현재의 우리들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 다음 세상으로 
    새 길을 찾아 떠나는 길목이라고.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