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돈이 들지 않는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등산을 선택한 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의 74.1%가 한 달에 한 번 등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의 62.3% 대비 11.8%p 증가한 수치다. 일부 산에선 등산로가 정체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등산은 전신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근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상태가 계속되므로 심폐지구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그런데 무릎엔 부담이 크다. 특히 하산 시 내리막길에선 체중이 앞으로 쏠리며 관절에 큰 충격이 가해진다. 평지를 걸을 때 무릎에 실리는 하중이 체중의 약 1.5배라면 등산을 할 때는 5~6배라고 한다. 평소 무릎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이라면 더 악화될 수 있다.
무릎이 갑자기 안 움직일 수도 있다. 무릎 잠김이란 무릎이 펴지지도 굽혀지지도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지만 등산처럼 무릎 움직임이 많은 운동은 그 가능성을 높인다. 강북연세병원 박영식 원장은 “무릎 잠김의 원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찢어진 반월상 연골판이 대퇴골하고 경골 사이에 끼인 것”이라며 “나머지 하나는 퇴행성관절염으로 파열된 뼈나 연골 조각이 관절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운동 기능을 맡고 있는 부위에 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릎 잠김이 발생하면 당황하기 쉽다. 그러나 무릎을 움직이겠다고 억지로 다리를 펴거나 뒤틀면 관절 손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 서 있는 상태에서 뛰는 것도 안 된다. 서 있으면 관절 간격이 아무래도 좁아지기 때문에 끼어 있는 연골판이나 뼛조각이 더 강하게 맞물려 들어갈 수 있다. 박영식 원장은 “일단 앉아서 무릎 관절을 이완시켜주고 다리를 옆쪽으로 뺀 다음에 살살 흔들어주면 중력에 의해 끼어있던 것들이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릎 잠김은 전조 증상이 있다. 평소에 걷다가 이유 없이 무릎 힘이 턱 하고 풀리는 게 첫 번째다. 박영식 원장은 “무릎 힘이 반복적으로 풀리는 현상은 사실 관절 사이에 무언가 낄 때 우리 몸이 관절이 받는 피해를 줄이게 위해 반사적으로 대퇴부 근육의 힘을 풀어버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며 “무릎 힘이 계속 풀린다면 무릎이 잠길 가능성도 높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인에게 들릴 정도의 뚝 소리가 반복되거나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계속될 때도 마찬가지다.
무릎이 잠기기 전에 체중을 감량하고 근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몸무게가 1kg 증가하면 무릎이 받는 하중은 3kg 늘어나므로 체중 증가는 곧 연골 손상의 가속화를 뜻한다. 무릎 관절 인근의 근육은 관절 내 완충재라고 볼 수 있다. 많으면 많을수록 연골과 뼈가 받는 충격이 줄어든다. 하체 근육을 키우면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일 수 있다. 등산용 지팡이인 스틱 등을 사용해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