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 수용체 양성인 유방암 환자에서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줄일 새 치료법이 제시됐다.
유방암의 여러 갈래 중 하나인 HER2 양성 유방암의 경우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 가량을 차지한다. 다른 유방암과 비교해 재발률이 높고 예후도 나쁘다.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는 생존율을 높이려 보통 수술에 앞서 세포독성항암제(도세탁셀, 카보플라틴)와 표적항암제(트라스트주맙, 퍼주투맙)를 섞은 ‘TCHP 선행항암요법’을 진행해 왔다. 암이 사라지는 완전 관해율이 50~60% 수준에 달하지만, 세포독성항암제의 독성도 덩달아 커지는 한계가 있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김지연 교수, 서울아산병원 정경해 종양내과 교수 그리고 길병원 안희경 종양내과 교수 연구팀은 기존 치료법에서 세포독성항암제 중 하나인 카보플라틴을 빼고 그 자리에 면역항암제인 아테졸리주맙을 추가해 해결책(Neo-PATH)을 찾았다.
연구팀은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주관으로 국내 6개 의료기관에서 2019년 5월부터 2020년 5월 사이 모집한 HER2 수용체 양성 환자 67명을 대상으로 새 치료법 ‘Neo-PATH’를 적용해 추적, 관찰했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52세로, 유방암의 크기는 2cm가 넘었다. 임상적으로 유방암 병기가 2기에서 3기에서 해당한다. 연구팀은 환자들에게 새 치료법을 3주 간격으로 6차례에 걸쳐 선행항암치료를 진행했다. 암이 진행된 2명을 뺀 나머지 65명이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는 세포독성항암제 도세탁셀을 마저 빼고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로만 12차례에서 14차례까지 항암치료를 추가로 진행했다.
그 결과, 항암치료 종료 후 새 치료법에 참여한 환자의 61%가 완전 관해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됐다.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근육통(75%)이 가장 흔했고, 이어 탈모(67%), 발진(64%)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중등도 이상으로 치료 부작용이 컸던 호중구 감소증과 열성 호중구감소증 환자는 각각 12%, 5%에 그쳤다. 특히 면역 관련 부작용은 6%로 다른 연구와 흡사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면역항암제의 병용투여가 이제 막 효과를 입증하기 시작한 만큼 HER2 양성 유방암에서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셈이다.
다만, 임상 2상으로 환자 규모가 작은데다 대조군 없이 진행된 게 한계로 지목됐다. 박연희 교수는 "HER2 양성 유방암은 표적항암제 개발 이후 환자 예후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면서 "재발과 전이가 잦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방암과 싸울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한데, 이번 연구도 그러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임상종양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 중 하나인 ‘자마 온콜로지(JAMA Onc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