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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 때 무조건 림프절 절제? "아니다"

문성식 2022. 7. 13. 06:59

유방암 수술 때 무조건 림프절 절제? "아니다"

 
유방암
유방암이라고 해서 무조건 림프절 절제술을 해야할 필요는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유방암 확진 판정을 받으면, 전이를 막기 위해 겨드랑이 림프절을 모두 절제하는 겨드랑이 림프절 곽청술을 함께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방암 림프절 곽청술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많이 시행되고 있을 뿐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방암이라고 해서 림프절을 반드시 완전히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양대학교 외과 차치환 교수팀은 한국유방암학회의 대규모 등록사업 데이터를 이용하여 2011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에서 유방 부분 절제술을 시행한 75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겨드랑이 수술의 최신 경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국내 ‘림프절 곽청술’은 해외보다 6배나 감소 속도가 느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네덜란드의 림프절 곽청술 연간 변화율은 37.2%였으나, 우리나라는 5.8%였다.

이러한 차이는 2010년 변경된 유방암 수술 지침을 국내에서 거의 수용하지 않아서 발생했다. 전통적인 유방암 수술은 유방 부위의 수술과 동시에 겨드랑이 림프의 상당 부분을 제거한다. 그러나 2010년 미국 종양외과 연구자학회가 유방암 환자에게 1~2개의 전이성 림프절이 발견되더라도, 적절한 보조 치료를 시행할 예정이라면 림프절 곽청술을 시행하지 않아도 재발이나 생존율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 치료 지침이 변경됐다. 지침 변경 후 미국과 유럽은 림프절 곽청술이 대거 줄었다.

반면, 국내에서는 2개 이하 전이성 림프절 발견 유방암 환자, 방사선 등 보조 치료 병행 예정자, 5cm 이하 종양 보유자 등에게도 대부분 림프절 곽청술을 시행했다. 국내 유방암 환자는 미국에 비해 젊고, 치료제가 마땅치 않으면서 전이, 재발이 잦은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가 많다는 점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에서 림프절 곽청술은 과거에 유방암을 진단받았고, 종양의 크기가 크거나, 삼중음성 유방암이거나, 림프 혈관 전이가 동반되어 있을수록 많이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때문에 국내에는 림프절 곽청술 시행 후 림프부종이 생겨 고생하는 환자가 많다. 림프부종은 림프관의 손상으로 사지로부터 림프액이 배액 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유방암으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림프관이 손상되어 림프 부종이 흔하게 발생한다.

차치환 교수는 "서구인의 유방암과 국내 유방암 환자의 특성에 차이가 있어 해외 지침을 수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는데, 일부 환자는 림프절 곽청술을 하지 않아도 재발과 생존율에 지장이 없다는 연구가 수년 동안 추가 근거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겨드랑이 림프절 곽청술로 림프절을 모두 제거해버리면 운동 기능과 감각 저하가 생기기도 하고, 팔에 림프부종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는 한번 생기면 다시 회복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반드시 림프절을 절제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무작정 림프절 곽청술을 하기보단 방사선치료 등 보존적 치료법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라며 "치료 후 환자의 삶의 질을 위해서라도 림프절 곽청술은 신중히 검토해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종양 외과 저널(World Journal of Surgical On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