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평화 그리고 사랑
여러 해 전, 인도 캘거타의 '빈자의 어머니'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한국에 왔을 때,
어떤 기자가 수녀님에게 가난한 사람은 왜 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수녀님은 우리가 나누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기자는 "어떻게 하면,
가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까?"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수녀님은 "우리가 서로 나눔으로써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나는 평화의 문제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평화를 갈망하면서도 평화가 없는 것은 우리가 서로 나눌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와 나눌 줄 모르고,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와 나눌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간이 서로 사랑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서로 사랑하고 나눌 줄 안다면 서로 형제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잘못을 용서할 줄 안다면 우리는 평화를 누릴 것입니다.
결국 서로 사랑하는 것이 평화의 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것을 우리는 할 줄 모릅니다.
서로 사랑할 줄 모를 뿐아니라,
서로 미워하고 서로 다투고 싸우고 죽이기까지 합니다.
참사랑은 무력합니다.
사랑하는 자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거절할 수 없을 만큼 무력합니다.
어떠한 고통도 죽음까지도 받아들입니다.
때문에 사랑은 가장 무력하면서도 가장 강인합니다.
사랑은 온 세상을 분쟁과 갈등과 파멸로부터 구할 수 있는 구원의 첩경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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