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무엇입니까?
정말 의미가 있습니까?
아니면 인생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부조리합니까?
천재지변, 전쟁, 교통사고 등으로 착한 사람들,
무고한 어린이들이 무참히 죽는 것을 보면
인생에는 정말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고 크게 의심날 때도 있습니다.
뿐더러 우리 모두는 인생에 대해 어떤 허무감을 늘 지니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비록 인생이 허무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도 사실이지만,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단정해 버릴 수도 없습니다.
나의 노력이, 나의 고생이, 나의 몸부림이, 사랑과 진실,
행복에 대한 꿈과 동경 그리고 목마름이, 발전과 번영을 위한 헌신이,
우리 모두가 지닌 이런 것들이 정말 의미가 없단 말입니까?
여기에 대해서 우리 인간의 본성은,
양심은 오히려 무엇인가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쪽으로 더 기대하고 있습니다.
죽음이 모든 것을 앗아 간다 해도 그 뒤에 무엇인가가 남아야 한다는 갈망,
나의 무엇이, 나 자신이, 그냥 기억이나 후손의 피 속에만이 아니라
나의 생명 자체가 내가 추구한 참됨과 함께 불멸의 것으로
남아야 한다는 갈망이 있습니다.
그것이 있기에 사람은 실패와 실망, 온갖 인생의 비극, 눈물과 슬픔,
죽음의 종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인간은 신비스럽습니다.
온 세계의 모든 지식을 다 동원해도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 속에 얽매여 살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무엇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은 신앙의 눈으로 보고, 하느님께서 드러내 주신 진리자체인 그리스도에 의해서만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그 존엄성, 그 참된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을 세상 모든 것보다 더 귀하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마태 16,26) 하신 말씀은 바로 그런 뜻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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