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과 성실
나는 이탈리아에 자주 가는 편인데,
로마 상공에서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보면 생각나는 바가 많습니다.
우리는 새마을운동이나 경지정리 같은 걸로 이루어 놓은 것도 많지만,
이탈리아는 그런 걸 안 하고도,
다시 말하면 어떤 슬로건을 내걸지 않고도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또 이탈리아처럼 스트라이크가 잦은 나라도 없습니다.
그곳에 사는 신부님 이야기를 들으면,
파업의 종류만도 '업종별'이니 '예고제'니 '시한부'니 해서 열두 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그들은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것 같았습니다. 시에스타(낮잠시간)만 두 시간입니다.
그런 이탈리아 사람들이 언제 그런 건설을 많이 했는지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다 보면, 해마다 우리보다 잘 해놓은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놀고 먹는 것 같은 데, 언제 이렇게 일을 해 놓았을 까 하고 놀라게 됩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죽자 사자 이를 악물고 일하지 않습니까?
그 덕택에 이루어 놓은 것도 많지만,
야단스러운 데 비해서는 야단스럽지 않은 나라보다 해 놓은 일이 많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들이 그동안 부지런히 일해서 어려운 여건 속에
경제적인 발전을 이룩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경제적 발전을 이룩하면서 잃은 가치도 많이 있습니다.
도덕적인 가치, 윤리적인 가치, 상호간의 신뢰가 적어졌다든지….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잘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
나는 늘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부지런한 것은 계속 부지런하자, 그러나 정직하고 성실하자.
이 정직과 성실이 우리 사회의 정신적인 기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가계가 정직과 성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
우리나라가 훌륭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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