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행복
우리는 거의 대부분 학벌이 좋고 돈을 많이 벌고, 지위가 높고 건강하고,
좋은 집에 잘 먹고 잘 살면 그것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벌도 없고 가난하고 지위가 낮더라도 또는 병든 몸이더라도
그 마음이 착하고 진실하며 남을 존경하고 사랑할 줄 알고 자기에게 주어진 능력이
크든 작든 그것으로서 이웃과 사회를 위해서 봉사하는 인간이 되면,
그 사람이 가장 인간답고 훌륭하며 또한 그런 이가 세상을 향상시키고
밝히는 빛과 같은 존재가 된다고 믿습니다.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존엄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가치는 이 존엄성에 따라서 사는 데 있지
무엇을 소유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아무리 지식이나 돈이 많고 지위가 높아도 존엄성과 위배되는 이기주의자는
누구도 그를 존경하지 않습니다.
뿐더러 그런 사람은 참된 의미의 친구도 없고 자기 스스로 자신을 고독하게 만들고
전 인생을 망치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난하고 병들고, 남 보기에는 쓸모없이 보이는 불구일지라도
마음이 아름답고 거룩하면 그는 참으로 자기의 인간 존엄성을 가장 빛내는 것입니다.
언제나 사람의 사람다움은 항상 마음에 있다는 것을,
즉 마음이 올바르고 이웃에 대한 사랑이 많을 때에 풍요해 진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이것이 본질적이요,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사는 것은 오늘같이 거의 모든 이의 삶의 가치관이
물질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세상 속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뿐더러 손해를 보고 어리석다는 평까지 들을 수 있고,
심지어 바보 취급을 받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역사를 보면,
사회와 세계 속에서 길이 기억되는 빛나는 존재들은 부자도 권세가도 아닙니다.
그냥 학식만 많은 사람도 아닙니다.
언제나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심지어 주위의 냉소 속에서도
진리, 정의, 사랑을 산 사람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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