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겸손
겸손을 배우십시오.
누군가 말한 대로 대지,
즉 땅의 겸손을 본받으십시오.
겸손(Humility)은
땅을 가리키는 라틴어 Humus에서 나온 말입니다.
땅은 겸손합니다.
더 내려 앉을 곳도 없이 모든
사람의 발밑에 있는 것이 땅입니다.
모든 이가 그 위에 발을 딛고 살지만
어느 누구도 그 고마움을 알아주지 않습니다.
사람은 대지 위에 온갖 더럽고
썩은 쓰레기들을 갖다 버립니다.
그러나 대지는 그 모든 것을 묵묵히 받아들입니다.
그러면서 대지는 온전히 텅 비운 채
언제나 하늘을 향해 자신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지는 동시에 하늘의 빛과 빗물을
듬뿍 받아 썩고 죽은 것을
다시 살리고 생명의 싹을 틔워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몇 십 배 몇 백 배의 결실을 거둡니다.
= 김수환 추기경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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