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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솟아라! 옛 건축기둥에 사용한 나무

문성식 2011. 2. 7. 02:32

 

 

전국 각지에는 목조 문화재가 많이 있습니다. 유난히 외침이 많았던 우리 역사 속에서 화재에 약한 목

조라는 건축적 특성을 생각할 때 이를 이겨내고 온전히 보존된 것은 매우 감사하고 감동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겠지요.

그런데 오래된 목조건축물중 기둥이 소나무로 지어진 것이 많은데 소나무가 과연 최고 목질의 나무였

을까요.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느티나무가 소나무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으며 궁궐이나 중요한 목조건물

을 지을 때 기둥으로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내구성도 느티나무가 더 좋다는 평가지요.

우리가 실제로 최고의 건축물이라고 말하는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기둥 16개는 모두 느티나무로 쓰

였습니다.

무량수전 기둥은 장중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지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목조 건축물로서 사랑

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이은정

 

무량수전 기둥 ⓒ이은정

 

 

 

무량수전 기둥에 사용된 우수한 느티나무는 왜 밀려났을까?

 

오늘날 학자들은 옛건물의 기둥으로 소나무를 사용할 때 100년을 버틴다면 느티나무는 300년은 버틸

수 있다고 말합니다.

느티나무의 비중이 소나무 보다 커서 마찰이나 충격에 훨씬 강하다는 의미이겠지요.

또한 느티나무는 나뭇결이 곱고 황갈색 빛깔에 윤이 나고 벌레 먹는 일이 적고 다듬기도 좋다고 합니

다.

그런데 우수한 목재이면서 옛 건축물의 기둥으로 느티나무가 밀려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려 말기 몽골의 침입이나 무신정변 같은 사회 혼란을 겪을 때 건물을 짓고 축대 벽을 쌓을 때 숲 속

의 느티나무를 많이 이용한 탓이라고 합니다.

산림구성의 변화를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현재 우리나라 어느 마을을 가든 느티나무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나무는 목조건축 기둥으로 쓸 수 없다고 합니다.

울창한 숲 속에서 자란 느티나무는 곧고 기다란 형태를 지니는데 지금처럼 대부분 열린 공간에서 자

란 느티나무는 키가 2~3m만 자라도 가지가 사방으로 돋아나 기둥으로 쓰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지요.

오늘날 느티나무는 정자나무나 당산나무로 생각하는것이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흥업 느티나무(천연기념물 제279호.강원도 원주시) ⓒ이은정

 

마을 입구 느티나무는 정자나무이며 당산나무 ⓒ이은정

 

 

 

조선시대 옛목조건축 기둥은 소나무 

 

조선 시대 궁궐이나 사찰 목조건물 기둥에 사용된 나무는 소나무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땅

에서 자라는 나무들중 소나무가 가장 강하고 또 가장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으뜸나무였기 때문이겠지요.

특히 금강소나무가 자라는 경북 봉화나 울진, 강원지역은 소나무를 함부로 베어내지 못하도록 출입을

막았지요.

속이 누렇다고 '황장목'이라 하였고, '황장금표' 팻말을 세워 나라에서 보호하고 길렀으며, 정조 시대에

는 ‘송목금벌’이라 해서 소나무 베는 것도 금지하였습니다.

금강소나무는 나무 바깥쪽의 변재보다 안쪽의 심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합니다.

심재가 2차 대사산물이나 송진 같은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담고 있어 미생물이나 흰개미의 공격에 강

한 특징을 가지고 있지요. 또한 금강소나무는 다른 소나무보다 나이테가 촘촘하여 단단하다고 합니다.

 

경복궁 근정전 ⓒ이은정

 

금강소나무 ⓒ울진군청

 

황장금표 (위)원주 소초면 치악산입구 (아래)영월군 사자산 ⓒ이은정

 

 

옛 건축 기둥으로 사용할 나무는 관리가 필요

   

아쉽게도 지금은 옛건축 기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느티나무도 금강소나무도 국내에서 쉽게 찾아볼수가 없다고합니다.

화재로 불타 버린 숭례문도 ‘숭례문 정밀실측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원형 그대로 복구가 가능하지만

사용할 목재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현 실정입니다.

금강소나무를 구하지 못해 숭례문 복원이 쉽지 않게 되자 일부에선 ‘더글러스 퍼’(Douglas-fir)란 나무

를 수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 자라는 더글러스 퍼는 금강소나무와 재질이 비슷하며 색상이 붉어 정서적으

로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상징 건축물인 숭례문 복원에 수입해온 목재를 쓴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

지요.

늦었지만 궁궐이나 옛 건축물 기둥에 사용할 나무는 별도의 숲을 관리하여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문화재 복원을 위한 숲“이라는 안내판을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숭례문 화재전 모습 ⓒ이은정

 

 

 

 

 

▲ 제2기 문화재청 대학생 블로그기자단 이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