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양지

사랑의 기술

문성식 2020. 10. 17. 10:40


★ 사랑의 기술 ★

사랑은 단순한 성적 쾌락의 대상이 아니다

사랑의 본질을 바로 알고 사랑하는 것을 삶의 중요 목표로 삼아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능력을 길러 생활 속에 몸소 실천함으로써 사랑받는 능력으로 보답받는 것이다.

 

결혼과 행복에 관한 선택의 자유 또는 행복추구권은 신장되어 가는데 그것이 자동적으로 젖과 꿀을 보장해 주지 않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사랑'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며 한번만이라도 멋있는 사랑을 해봤으면 하고 모두가 갈망한다.

 

스탕달은 뜨거운 사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은 삶의 반쪽밖에 모르고 사는 셈이라고 했다

사랑은 제2의 태양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

그만큼 사랑하는 일은 중요한 인생사!

사랑은 무지게나 신기루 같이 가까이할 수 없는 환상적 모습인가?

설령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어도 늘 모자람 속에 지내기 일쑤고 그러다 내 곁에서 홀연히 멀어지면 아쉬움과 상처를 쓸어내리는 것 또한 사랑이다.

사랑에 겨워지내는 이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고 신이 내린 은총. 사랑의 괴로움은 다른 어떤 쾌락보다 감미롭다

테스카는 말한다 "사랑에 비극은 없다. 사랑이 없다는 것이 바로 비극이다"라고.

 

부모 자식간에도 세대차이로, 각자 하는 일이 바빠서, 사랑의 체온이 예전 같지 않단다

친구사이도 우정이 엷어졌고, 이웃 간 왕래도 거의 막혔고, 직장 동료 사이에도 목적의식과 책임만이 있을 뿐.

친절하게 인사 나누며 무관하게 지낼 시정의 평범한 사람들까지도 모두 경쟁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난 양 쌀쌀한 남남으로 대한다

이렇게 사랑의 허기를 느끼게 하는 첫째 원인은 현대사회 구조상 사랑 없이 살아가도록 강요되거나 마취에 걸려 있기 때문이란다.

 

두 번째는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 보족과 능력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

사랑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요행으로 찾아올 것이고 한번 맺은 사랑은 영원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한 타인들과 가까이 지내고는 싶은데 실제로는 각자 고립 상태의 무력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고통을 뼈저리게 의식하지 않도록 해주는 여러 가지 완화제가 작용하고 있다

우선 조직적 사회에 쫓기며 살아가노라면 인간관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욕망,

곧 사람이 서로 믿고 의지하며 융합하려는 갈망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아도 되게 한다는 것.

그래서 현대의 원만한 인간 생존을 위해서는 인간 사이의 행복한 결합 즉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사랑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길이며 사회를 가족을 인류를 집단을 결속시키는 힘이다.

 

사랑을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오류


현대 사회 구조상의 장애로, 애정 문화의 볼모로 사랑의 빈곤에 허덕이는 현대인들은 사랑하는 일을 생의 중요 목표로 생각지 않았고 또 사랑에 대해 별도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는 오류 속에 있었다.

오류란 인식의 결여로 나타나는 잠정적 현상으로 이는 교정되어야 하며 이 과정을 비껴갈 수는 없다.

 

지금껏 사랑에 대해 갖고있던 오해와 무지를 돌이켜 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진지하게 알고 실천하는 노력 없이 지내 온 이면에는 몇 가지 잘못된 사고의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사랑 받는 것이 사랑의 전부라 생각

사랑이란 내가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사랑하는 능력이 본질임을 모르고 사랑받는 것이 전부인양 잘못 생각하고 있다

부모형제는 물론이고 세상 모든 이들은 본질적으로 같은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 기꺼이 베푸는 능력을 보임으로써 나를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교감되도록 하는 것이 곧 사랑의 능력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사랑 받는데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How to be loved어떻게 사랑받게 되는가'나

'How to be lovable 어떻게 사랑스럽게 되는가'하는 것이 중요 관심사다

남자들은 사랑 받기 위해 권력과 부를,

여자들은 매력있게 보이기 위해 얼굴과 몸매를 가꾸며 옷치장에 관심을 기울인다.

 

둘째. 사랑의 대상을 찾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생각

사랑에 대해 일부러 배울 필요가 없다는 태도의 두 번째 오류는 사랑하는 것은 쉬운 일이고 사랑받을 대상을 찾는 것이 어렵단 생각이다

우리 사회는 봉건사회의 오래된 인습으로부터의 결혼관과 비슷하게 지금도 신분과 가문 따져 사랑없이 중매로 결혼상대를 고르는 경향이 보편화되어있다

대상을 중요시하는 경향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정형화된 사고와도 무관하지 않다

현대인은 진열장에 화려하게 포장된 상품을 돈으로 사들이는 데에서 행복을 찾는다

이러한 거래 관념을 은연중에 사람에게도 적용시키는 사고의 틀이 굳어져 있다

물질적 성공이 최고의 가치를 지니는 문화권에서 애정관계도 상품 및 노동시장을 지배하는 교환 방식에 따르더라도 놀랄 이유는 없다.

 

셋째. 사랑의 영속화를 과신하는 안이함

그 세 번째 오류는 사랑에 빠지는 최초의 경험이 그대로 지속되리라는 안이한 생각이다

사랑 없이 고독했던 사람일수록 놀라운 기적처럼 장벽이 무너지듯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은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임에 틀림없다

이런 친밀감은 성적 결합으로 더욱 가속화된다

그러나 이렇게 찾아온 사랑도 반드시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최초의 흥분된 경험 뒤에는 성격 차이나 현실적 이해관계로 인한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게다가 사랑을 지속하려는 노력, 즉 사랑하는 능력의 개발이 부족하면 친밀감은 점점 약해지고 실망과 권태가 찾아들어 최초의 사랑의 환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사랑만큼 큰 기대 속에서 출발하는 것도 없지만 다른 어떤 일보다도 실패의 쓴잔을 들어야 할 경우가 많은 것이다.

 

= 에리히 프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