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유방암이 생기면 병기와 상관없이 유방을 모두 절제했다. 어디까지 전이 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손톱보다 작은 암을 떼어내기 위해 가슴 전체를 자르니까 암보다 가슴을 잃은 충격이 더 컸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암절제수술을 받으면서 동시에 유방을 재건하는 비율이 40%에 이른다. 대학병원의 유방암수술은 외과(암절제)와 성형외과(유방재건)의 협업이 대세다.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추다 보니 눈만 마주쳐도 알 정도의 ‘드림팀’이 병원마다 있다.
- 노우철
원자력병원 유방암센터장
약력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 취득
전문진료 분야 유방암수술
지금까지 약 5000명의 유방암수술을 집도했다. 외과의사지만 유방의 미용과 기능을 고려해 재건술도 직접 한다. 유방을 일부라도 보존하는 수술을 할 때는 유방의 형태 변화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쓴다. 노 센터장은 “유방암 치료의 일부를 담당하는 게 아니라 유방암 환자 자체를 치료한다”고 강조한다.
환자 개개인의 병의 특성, 정신 및 심리 상태, 사회적 여건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다는 평가가 있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폐경 전 유방암 환자의 호르몬 치료에 대한 임상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방사선의학연구소와 공동으로 호르몬치료나 유방암 HER2 수용체 표적치료의 내성을 해결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 배영태
부산대병원 외과 교수
약력 부산대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 취득
전문진료 분야 유방암수술, 유방재건술
영상의학과에서 주로 하는 유방초음파와 맘모톰에 관심이 많다. 국내에 맘모톰을 제일 먼저 소개했다. 유방암 여부를 알 수 있는 미세석회화 현상을 진단하는 데 맘모톰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유방을 재건해도 모두 잘라낼 때와 비교해 예후에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유방 복원을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신앙심 깊은 배 교수는 환자가 가장 불안해하는 수술장에서 마취유도를 할 때면, 직접 환자의 손을 잡고 기도하며 환자를 안심시킨다. 배 교수팀의 5년 생존율은 89.3%, 10년 생존율은 85%인데 이는 우리나라 유방암 전체 생존율(80.3%, 70.1%)보다 높다.
-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 병원장
약력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 취득
전문진료 분야 유방암.갑상선암 수술
국내에서 최초로 유방암 환자의 유방보존 수술을 시행했다. 유방암 명의로 소문이 나 있지만 위암에도 일가견이 있다. 아내 위암수술을 직접 했다. 위암수술로 위를 모두 절제한 환자 식도의 괄약근을 그대로 살려 소장의 소화액이 식도로 역류되는 것을 막는 수술법을 고안해 ‘백남선 수술법(Paik’s procedure)’ 특허를 받았다.
유방 절제 후 이어지는 재건 수술도 백 교수가 직접 한다. 수술이 꼼꼼해 흉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이 암환자의 가족이었기에 보호자에게도 신경을 쓴다. 그는 ‘긍정적인 생각’을 강조한다. 암 환자 남편에게 “암환자라고 집에만 두지 마라. 어디라도 데리고 나가서 즐겁게 해 주라”고 말한다.
- 안희창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약력 한양대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 취득
전문진료 분야 유방재건술, 미세수술, 수부재건술
30여 년간 2만 명이 넘는 환자의 잃어버린 신체 일부를 살아있는 조직으로 복원했다. 단순히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미세수술로 새로 만든 조직의 기능도 함께 살린다. 복부 근육이나 지방 등 자가 조직을 이용해 유방을 재건하면 배에 흉터가 남을 수 밖에 없는데, 안 교수는 이 흉터를 최대로 줄이는 데 관심이 많다.
특히 아랫배의 자가 조직을 이용한 미세재건수술법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했다. 좀더 자연스러운 유방재건을 위해 한국인의 체형적 특성을 분석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보형물을 삽입해 재건할 때는 합병증과 이물감을 줄이고 자가 조직도 함께 이식하는 병행법 등에 대해 연구 중이다.
- 양정현
건국대병원 의료원장
약력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 취득
전문진료 분야 유방암 수술
양 교수는 국내에 유방암 전이 여부를 진단하는 감시림프절 생검을 최초로 도입했다. 감시림프절은 유방과 연결된 림프절 중 암이 전이된 가장 가까운 림프절을 뜻하는데, 감시림프절 생검이 도입되기 이전에는 유방암이 있으면 전이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림프절을 절제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부종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감시림프절 생검의 도입으로 불필요한 림프절 절제를 줄일 수 있다.
양 교수는 환자의 심리적 불안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외래 진료 후 1~5일 이내에 검사ㆍ진단ㆍ수술을 모두 끝낸다. 이를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필수라 건대병원에는 유방감마스캔 같은 최신 진단장비를 갖췄다.
- 윤을식
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약력 고려대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 취득
전문진료 분야 유방성형, 유방재건, 지방성형, 수부재건, 눈.코.주름 성형, 암재건
복부 지방조직을 이용해 유방재건을 할때는 지방조직의 혈관과 겨드랑이 혈관을 이어줘야 괴사가 일어나지 않는데, 윤 교수는 미세수술이 깔끔하다는 평가가 있다. 암이 유두 가까이 있을 때는 유두를 보존하기 어려운데, 윤 교수는 유두 없는 환자의 유두 주위 피부를 모아서 유두를 만든 후, 유륜에 해당하는 부위에 문신해 감쪽같이 만든다.
지방 줄기세포를 배양하지 않고도 뼈 조직을 재생하는 연구를 성공하기도 했다. 줄기세포를 배양하면 의약품으로 규정돼 관리하기 까다롭지만, 배양하지 않으면 좀 더 쉽게 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희귀질환인 폴란드증후군(남성짝가슴)의 유방재건수술을 로봇을 이용해 했다.
- 윤정한
화순전남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약력 전남대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석사 원광대 의과대학 박사 학위 취득
전문진료 분야 유방암.갑상선암 수술
오전에 외래진료하고 오후에 수술하면 밤 9~10시가 되기 일쑤지만 거의 매일 수술한다. 윤교수는 유방절제로 생긴 빈 공간을 몸에 거부반응이 없는 합성 천으로 채워 넣는 수술을 한다.
보통은 복부 조직을 떼어내 붙이는데, 배에 불필요한 흉터를 남기게 되고 비용도 비싸다. 합성 천을 이용한 수술 초기에는 10명에 1명꼴로 염증 같은 거부반응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감염 위험이 높은 환자를 미리 예측하면서 감염 합병증을 1% 이하로 줄였다. 이 방법으로 수술한 것이 300건이 넘는다.
- 이민혁
순천향대서울병원 유방센터 교수
약력 한양대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 취득
전문진료 분야 유방암, 갑상선암, 유방 질환, 갑상선 질환 수술
유방암수술과 재건수술을 함께 한다. 유방암 환자는 암 제거만큼 중요한 것이 유방보존이기 때문에 유방보존이 어려운 2~3기 암환자에게 수술 전 항암치료를 실시해 유방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쓴다. 수술 환자의 70% 정도가 유방을 보존하는 수술을 받는다. 한국인의 유전성 유방암 특징을 규명해 우리나라 여성에 맞는 치료지침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유방암 생존율이 올라가면서 이 교수는 ‘암환자’보다는 ‘암경험자’라는 말을 쓴다. 이 단어에는 어느 환자라도 살리겠다는 뜻도 들어 있다. 최근에는 보다 완벽하고 환자 각각에 맞는 유방재건을 위해 3D 프린터를 이용한 유방재건술 연구도 한다.
- 이수정
영남대의료원 의료원장
약력 경북대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 취득
전문진료 분야 유방암수술, 유방재건술
대구.경북 지역의 유명한 유방암 외과의사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유방암 수술 시 피부와 유륜부를 보존하는 피하유방절제술을 시행했으며, 팔의 부종이 생기지 않는 림프절제거수술도 개발하는 등 후유증을 최소로 줄이는 데 관심이 많다. 유방암 환자에게서 골수미세전이세포를 찾아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아쿠아포린이라는 세포막 단백질이 암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밝혀내 유방암 재발을 예측하는 방법을 선보였다. 이를 이용하면 조기 유방암의 예후를 구체적으로 세분화할 수 있어 불필요한 치료를 줄일 수 있고, 재발 위험이 높은 사람은 미리 위험에 대처할 수 있게 했다.
- 이은숙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 센터장
약력 고려대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 취득
전문진료 분야 유방암수술
유방암 환자는 남자 의사에게 가슴 내보이가 꺼려질 수밖에 없는데, 같은 여자다 보니 환자들에게 더 편하게 다가간다. 극소량의 암조직만으로 다양한 암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전에는 암 종양표지자 검사를 하기 위해 표지자 수만큼 암조직을 떼어내야 했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조직을 하나만 떼어도 최대 20여 개의 표지자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다. 유방암 표적치료제인 허셉틴을 이용한 유방암 진단키트를 만들어 특허받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유방암 환자의 가계도를 모두 분석해 유방암 관련 유전자 BRCA와 상관없이 생기는 유방암의 원인 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한다.
- 허찬영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약력 인제대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 취득
전문진료 분야 유방재건수술, 욕창 관리
한국인 체형에 맞는 ‘알로덤’이라는 인공 진피조직을 국내에 소개했고, 국내에 알로덤을 이용한 유방재건술을 가장 많이 했다. 이 수술법은 유방암수술을 하면서 조직확장기를 넣고, 이후 항암치료를 받는 3~6개월 동안 피부를 늘린 후 보형물과 알로덤으로 유방을 만드는 것이다.
이 방법을 쓰면 유방암수술 흉터 외에 흉터가 추가로 생기지 않는 장점이 있다. 유방재건은 보통 한쪽 유방만 하기 때문에 양쪽 가슴의 크기와 모양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허 교수는 얼굴 땅김에 쓰는 울세라초음파를 이용해 정상 유방을 재건한 유방과 대칭이 되도록 다듬는다.
헬스조선 편집팀 / 기획 김현정 기자 취재 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