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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고 부를 수 없는 너 / 이 보 숙

문성식 2016. 1. 7. 10:59

너라고 부를 수 없는 너 / 이 보 숙
나의 중심인 가슴 
그 가슴 깊이 들어 와
싹 틔우고 꽃을 피워
꽃이 마치 빛과 같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눈부셨다
너라고 말하지 않았다
가슴 안에서
뽑아낼 틈 없이
성큼 뿌리내린 꽃 너
피는 아름다운 순간보다
지는 아픔의 시간이 더 많아 
서둘러 뽑아내려 할 수록
무성하게 피어 더욱 눈부셨다
너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내 머리를 지배하고
내 가슴 속에서 살며
내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너
나는 너를 너라고 부를 수 없었다
너는 내 안의 수많은 나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