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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에 쓴 편지 / 이 보 숙

문성식 2015. 12. 31. 08:38

눈 위에 쓴 편지 /  이 보 숙
싸락싸락 
함박눈 내려
잠 못 드는 밤이면
그리운 이 찾아오는
어느 고운 발걸음 소리
그 발자국은 사립문을 지나
조심스레 내 창을 두드리며
한참을 문밖에서 서성입니다
깜빡 선잠에 
늦은 창문을 열면
그리웠다 쓰려다
보고 싶다 쓰려다
다시 오마 내 다시 오마 
무언의 약속인 듯
비워 두고 가신 하얀 편지
그 마음 헤아리니 
굽이굽이 가슴 메어와
덩그러니 넋 놓고 앉은 창가
굼뜬 눈송이들 내 맘 아는 듯
저 홀로 눈물집니다.
하얀 편지 : 뜰의 하얀 눈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