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0.jpg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 농안리에 있는 고려시대의 석탑. 높이 4m.

 

천관사는 신라 진흥왕 때 통령화상이 창건한 사찰로, 천관보살을 모셨다 하여 천관사라 하였다. 바닷가에 위치하여 왜구의 칩입을 여러차례 겪은 탓에 그 규모가 점차 축소되어 현재는 천관보살을 모셨던 법당만 남아있다.

 

법당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2층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형성하고 정상부에 상륜을 장식한 일반형 석탑이다.

기단부의 구성은 여러 개의 장대석으로 지대를 구축하고 하층기단을 받고 있는데, 면석은 4매로 짜여졌으며 네 귀퉁이에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만이 표시되었을 뿐 탱주(撑柱 : 받침기둥)는 없다.

 

갑석은 큼직한 2매의 판석으로 이루어졌는데, 상면에는 약간의 경사가 있고 높직한 1단의 호형(弧形)과 낮은 각형(角形) 1단의 굄으로 상층기단을 받고 있다. 상층기단 면석은 4매석으로 짜여졌으며, 각 모서리에는 우주가 있으나 탱주는 없다.

 

갑석(甲石)은 넓적한 1매의 판석으로 이루어졌는데, 하면에는 부연(副椽 : 탑 기단의 갑석 하부에 두른 쇠시리)이 낮게 표시되고 상면에는 2단의 굄을 마련하였다. 탑신부는 탑신과 옥개석이 각 1석씩으로 조성되었는데 각 층 탑신부에는 양 우주가 모각되어 있다.

옥개석은 각 층 하면에 받침이 4단씩이고 상면에는 1단의 굄으로 그 위층의 부재를 받고 있다. 낙수면은 위에서는 급경사인 듯하나 전각부에 이르면서 점차 평박해졌으며 추녀가 직선이고 네 귀퉁이의 전각에 반전이 커서 경쾌한 탑신부를 이루고 있다.

 

상륜부는 1석으로 된 노반(露盤 : 탑의 최상부 옥개석 위에 놓아 복발·앙화·상륜 등을 받치는 장식)과 원구형의 복발(覆鉢 : 탑의 노반 위에 놓은, 엎은 주발 모양의 장식)하나가 놓여 있다. 이 석탑은 2층기단 위에 경쾌한 탑신을 형성한 안정감 있는 탑으로 신라식 일반형 석탑을 충실히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갑석에서의 낮은 옥개받침 형식은 신라식에서 많이 위축되었음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모든 현상은 건립연대가 고려시대로 내려오면서 석탑의 양식이 일부 지방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 하겠다. 이로 보아 이 석탑의 건립연대는 고려 전기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