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65.jpg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해인사 원당암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석등. 석탑 높이 2.4m, 석등 높이 2m.

 

석탑은 해인사에서 계곡을 건너 마주보이는 원당암의 보광전(普光殿) 앞에 건립되어 있는데 현재의 위치가 원위치로 추측된다. 이 석탑은 탑신부의 전 부재가 점판암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청석탑(靑石塔)으로서 특수한 석탑에 속한다.

 

큼직한 방형의 화강암 판석 3매를 쌓아 3단의 하대석을 삼고, 그 위에 점판암으로 조성한 기대(基臺)를 놓았는데, 이 상면에는 각 변에 5판씩의 단판연화문과 네 귀퉁이에 1판씩의 연화문, 도합 24판의 연화문을 장식하였다.

 

그 위의 기단은 네 귀퉁이에 석주(石柱)를 세우고 그 사이에 점판암 판석을 세워 면석을 삼고 있는데, 각 석주는 바로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를 대신하고 있다.

 

기단 갑석은 널찍한 1매의 점판암 판석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하면부에는 기대석(基臺石)의 복련(覆蓮)과 대칭으로 단판앙련문(單瓣仰蓮文)이 조각되어 있다.

 

연꽃의 판수는 기대석보다 많이 조각되어 각 변에 7판씩, 네 귀퉁이에 1판씩, 도합 32판이 장식되어 있다. 갑석 위에는 탑신이 형성되어 있는데, 현재 옥신석(屋身石)은 전혀 없고 옥개석(屋蓋石)만 10층이 쌓여 있다.

 

옥개석은 하면에 낮은 3단의 받침이 모각되어 있고, 추녀는 직선형이나 네 귀퉁이에 이르러 반전(反轉)을 보이고 있다.

 

낙수면은 평박하며 각 면의 합각이 유난히 예리한데, 전각(轉角)에 이르면서 많은 반전을 이루어 추녀부 네 귀퉁이의 반전과 평행되어 있으므로 더욱 반전이 강하게 보이며 경쾌해 보인다.

 

현재 10층 옥개석 정상에는 1석으로 조성한 낮은 노반(露盤 : 최상부 옥개석 위에 놓아 복발·앙화·상륜 등을 받치는 장식)과 반구형의 높직한 복발(覆鉢 : 노반 위에 놓은 엎은 주발 모양의 장식)이 놓여 있을 뿐 다른 상륜부재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

8666.jpg 대체로 청석탑의 유행은 고려시대에 이르러 본격화되었는데, 이 석탑은 고려시대에 앞서 신라 하대에 이르러 그 선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청석탑의 경우 그 석재가 작은 것들이고 또 연질(軟質)이어서 기단부 형성에는 마땅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청석탑의 기단부에는 이와 같이 화강암으로 조성한 판석을 여러 단 놓아 청석탑을 받치도록 하고 있다.

 

이 다층석탑 옆에는 역시 점판암으로 조성된 석등이 건립되어 있는데 현재의 위치가 원위치로 추정된다. 이 석등은 하대석과 상대석의 옥개석만 점판암으로 되어 있고, 다른 부재는 화강암으로 되어 있으며, 화사석(火舍石 : 석등의 점등하는 부분)은 없어졌다.

 

석등의 구성은 하대석 위에 간주(竿柱)를 세우고 상대석을 놓아 화사석을 받치고, 그 위에 옥개석과 상륜부를 놓은 일반형의 석등이다.

 

현재 화강암으로 된 육각형의 지대석이 있고 그 위에 석등이 올려져 있는데, 하대석은 8각 연화대석으로 단판의 연화문이 돌려지고, 상면 중앙부에 낮은 굄대를 마련하여 간주를 받치고 있다.

 

간주는 가늘고 긴 편인데, 표면에는 별다른 조각이 없고 다만 상·하부에 ‘上’·‘下’의 글자가 오목새김되어 있을 뿐이다. 상대석은 하면에 하대석과 대칭으로 단판앙련문이 조각되어 있고, 그 측면에 낮게 굽이 돌려져 있다.

 

상대석 위에는 옥개석이 놓여 있는데, 낙수면은 평박하고 각 면의 합각은 예리한 편이다. 상륜부는 현재 원주형(圓柱形)의 석재 하나가 놓여 있을 뿐 다른 부재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건립연대는 다층석탑의 건립시기와 같은 때인 신라 하대로 추정된다. 석탑은 점판암으로 건조한 청석탑이 간혹 남아 있으나 석등을 점판암으로 건조한 예는 드문 일이다.